"글로벌 위기속 6월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는 협력 도약계기"(종합2보)
외교부-국립외교원 세미나…"아프리카는 핵심광물 등 경제 안보의 파트너"
"문화·AI, 새로운 중점 ODA로 떠올라"…주한 아프리카 대사 등 100여명 참석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다음 달 1일 열리는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를 앞두고 국내 아프리카 전문가들이 이란전쟁 등으로 전략·경제적 가치가 커진 아프리카와 관계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경쟁에 더해 최근 이란 전쟁으로 중동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핵심광물과 에너지 등이 풍부한 아프리카가 한국에는 경제안보의 핵심적인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국립외교원과 함께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글로벌 위기 속 공동 대응을 위한 한-아프리카 파트너십'을 주제로 한-아프리카 파트너십 세미나를 개최했다.
정광용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은 세미나 환영사에서 "오늘 세미나는 최근 중동 정세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위기 속에서 대체 물류 및 공급처로서 더욱 중요해진 아프리카와 새로운 협력의 이정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보름 남짓 남은 6월 한-아프리카 외교장관 회의는 최근 중동 정세로 에너지 공급망 불안정이 심화하고 한국의 협력 파트너로서 아프리카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양측 협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샤픽 하샤디 주한외교사절 단장(주한 모로코 대사)은 축사에서 "세계는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망,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식량 불안정 등 글로벌 복합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한-아프리카 파트너십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샤디 단장은 한국과 아프리카 간 협력 분야로 공급망과 핵심 광물, 에너지와 기후 협력, 식량안보, 거버넌스와 평화 구축을 꼽으며 "상호 존중과 대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하자"고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하샤디 단장과 한국계 이민 2세인 최고조 주한 가나 대사 등 주한 아프리카 대사들과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세미나는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회로 '공급망 위기 속 공동 번영과 지속 가능한 성장 촉진'을 소주제로 한 세션 1과, 김동석 국립외교원 전략지역연구부 교수 사회로 '글로벌 도전 대응을 위한 한-아프리카 연대'를 소주제로 한 세션 2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 조성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위원(한국자원공학회 회장)은 '한국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아프리카의 역할과 전망' 발제를 통해 아프리카를 한국의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망으로 주목했다.
미·중 패권 경쟁과 이에 따른 수출 통제로 통제 가능한 핵심광물 공급망을 확보하는 게 절실해졌는데 이 역할을 아프리카가 해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프리카 주요 광물 매장 비율을 살펴보면 백금족은 전 세계 매장량의 92%에 달한다. 배터리 핵심광물인 코발트(50%)를 비롯해 망간(42%), 크롬(36%), 보크사이트(24%), 흑연(21%), 바나듐(13%) 등도 높은 수준을 점하고 있다.
조 위원은 한국의 핵심광물 전략으로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와 유상 원조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공공민간파트너십(PPP)을 연계한 핵심광물 공급망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핵심광물 ODA 차원에서 내년 탄자니아에 광업기술센터가 들어서 자원 탐사 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아프리카연구원 개발협력센터장인 정헌주 교수는 '글로벌 복합위기 시대 아프리카의 지정학적 가치와 한국의 개발협력 전략' 발표에서 현재 세계 상황을 전쟁과 지정학 경쟁, 공급망 불안, 정치적 극단주의와 민주주의 퇴행 등 다양한 수준과 영역의 위기가 얽히면서 증폭하는 글로벌 복합위기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아프리카와 개발협력을 단순한 지원 확대를 넘어 공급망, 산업화, 식량, 인재 양성 등을 연계하는 파트너십으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기존 보건 ODA에 더해 문화·AI(인공지능)가 새로운 중점 ODA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고 주목했다.
김은경 한국외대 아프리카학부 교수는 아프리카를 단순 통상 지역이 아니라 항만-내륙-국경 통관-산업 거점이 결합한 '회랑'(Corridor) 중심의 전략 요충지로 재정의했다. 그러면서 핵심 전략 회랑을 대상으로 예산과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젬 이스마일 이브라힘 자키 주한 이집트 대사는 발표 뒤 질의응답에서 "공공분야뿐 아니라 민간의 협력이 절실하다"며 "무엇보다 한-아프리카 간 집단 소통을 활발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신디스와 음쿠쿠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는 한국의 아프리카 원조 등 관여에 대해 "아프리카는 하나가 아니라 개별 국가로 이해해야 한다"며 국가별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접근법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런 국내 세미나에도 더 유익한 쌍방향 토론이 되도록 각국 현지 사정을 잘 아는 대사 등 아프리카인들에게 패널 참가 기회를 많이 달라고 당부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 서상현 고려대 아프리카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에너지 전환 시대에 아프리카는 핵심광물 분야에서 압도적 위상을 갖고 있다며 협력 강화 필요성을 피력했다.
서 위원은 한국이 자본력 등에서 강점을 지닌 중국 등 주요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 배터리 제조 기술을 광물 협력과 연계하는 기술 기반 차별화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위원은 "글로벌 다중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아프리카는 이제 선택적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한국 경제안보와 미래 성장을 보장할 핵심적인 전략 파트너"라고 말했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미-이란 전쟁과 식량안보: 한-아프리카 협력에의 함의' 발제에서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동산 원유뿐 아니라 핵심 비료 원료인 요소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아프리카 국가들로서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식량 안보가 불안정한 가운데 이란 전쟁까지 겹치면서 식량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강 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한-아프리카 농업 협력이 농촌개발 위주의 협력을 넘어 현지 농산물 증산과 영양 개선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프리카 민주주의 재구상과 평화' 발제에서 2020년대 들어 쿠데타 등으로 민주주의가 급격한 퇴보를 겪기도 했지만 "아프리카인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과 이를 지키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세미나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에서 다뤄질 주요 의제들을 최종 점검할 방침이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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