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고래 등 터진다?…희망봉 선박 증가에 고래 피해 우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등 중동 정세 불안으로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경로로 우회하는 선박이 늘면서 고래와 선박 간 충돌 위험이 커졌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 포유류 연구소의 고래 전문가 엘스 페르뮬런 박사 연구진은 중동 분쟁으로 선박 항로가 고래 서식지 쪽으로 이동하면서 남아공 인근 바다 고래들이 충돌 위험에 처해 있다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최근 국제포경위원회(IWC) 회의에 제출했다.
희망봉이 있는 남아공 남서부 해안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고래 개체군의 서식지인데, 2023년 11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영국 선적 화물선 '갤럭시리더'를 납치한 이후 바브엘만데브 해협 대신 희망봉 항로를 택하는 선박이 늘어났다.
이후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이 시작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는 선박은 더욱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운송 모니터링 플랫폼 포트워치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4월 24일 희망봉 항로로 운항한 상선 수는 3년 전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고래 서식지와 선박 항로가 광범위하게 중첩되면서 고래와 선박의 충돌 위험이 커졌다는 게 연구진의 지적이다.
이번 연구에서 실제 고래와 선박의 충돌 건수가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늘었는지까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페르뮬런 박사는 데이터 부족으로 수치화하기 어려운 데다, 선박 충돌로 폐사한 고래는 해안으로 떠밀려오기보다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고래와 충돌 위험이 가장 큰 고속 선박의 운항량이 네 배 증가했고, 혹등고래가 매우 밀집해 있는 지역을 지나가는 화물선에서 촬영된 영상들도 있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고 AFP는 전했다.
페르뮬런 박사는 더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권고하기 어렵다면서도 선박 항로를 일부 조정하거나, 특정 시기에는 선박 속도를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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