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스타머 영국 총리…내각 일부도 사임 요구
중간선거 참패 후 퇴진론 확산…총리직 위태
노동당 의원 400여명 중 70여명, 사임 또는 퇴진 일정 요구
장기국채 금리 1998년 이후 최고…파운드 급락
"차기 총리직 경쟁에 재정불안 우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주요 내각 인사에게서도 사임 압박을 받으면서 위태로운 처지다.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샤바나 마무드 내무장관과 이베트 쿠퍼 외무장관이 스타머 총리에게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을 위해 사임 일정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두 명의 주요 장관은 스타머에게 '책임, 품위, 질서가 있는' 방식을 택하라고 조언했으며, 이는 데이비드 래미 부총리 겸 법무장관과 존 힐리 국방장관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반면 스티브 리드 주택장관과 리처드 허머 검찰총장은 스타머 총리가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잠재적 경쟁자로 꼽혀온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의 정무비서관을 비롯한 보좌관 4명이 스타머 리더십에 의문을 표시하며 사의를 표명했고, 총리실은 이들을 포함한 내각 보좌진 6명을 대체할 인사를 발표하며 맞섰다.
장차관 중 첫 퇴진자도 나왔다. 미아타 판불레 주택지역사회부 지방분권 담당 정무차관은 "대중은 총리가 이 나라를 변화시킬 거라 믿지 않고 나도 안 믿는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스타머 총리는 2024년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면서 취임했지만, 경제 부진과 복지, 이민 정책 등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올해 초부터는 피터 맨덜슨 주미 대사 인사 논란으로 사임 위기에 몰렸고 지난 7일 노동당의 지방선거 참패로 당내 사임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사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는 "노동당에는 대표에 도전하는 절차가 있고, 이는 아직 발동되지 않았다"며 "이 나라는 우리의 국정 운영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그게 우리가 내각으로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48시간은 정부의 불안정이었다. 그건 우리나라와 국민에게 실질적인 경제 손실"이라고도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사임을 거부하며 도전자가 나서서 당 경선을 치러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대런 존스 랭커스터공국 장관은 이날 타임스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는 동료들의 말을 듣고 있고,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주요 매체들은 스타머 총리가 사임하거나 사임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는 노동당 하원의원이 거의 8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총리가 조기 총선을 결정하지 않는 한 차기 총선은 3년 이상 남아 있다. 집권 노동당은 하원 650석 중 400여 석을 쥐고 있어 당 대표를 교체하면 총리는 자동으로 바뀐다.
노동당에서는 대표가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는다면 하원의원 20% 이상의 지지를 모은 현직 하원의원이 대표에게 도전해야 경선을 치를 수 있다.
사임 요구 목소리는 높지만, 당장 스타머 총리에게 도전할 만큼 지지층을 확보한 경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동당 유력 인사인 앤디 버넘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은 당 대표 요건인 현직 하원의원이 아닌 터라, 버넘 지지층은 즉각 사임보다는 퇴진 일정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스타머 총리가 당장 사임한다면 스트리팅 장관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유력 인사인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는 지난해 부총리 및 부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던 부동산 세금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이날 영국 국채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5.12%, 5.80%로, 1998년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다. 금융시장에서 장기 국채 금리는 재정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11%로 전장보다 0.11%포인트 급등했다. 10년물 금리는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물가 급등 우려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는데, 이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캐슬린 브룩스 XTB 리서치팀장은 로이터 통신에 "채권 시장이 스타머의 사임 가능성뿐 아니라, 차기 총리를 둘러싼 경쟁이 영국이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 약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와도 1.3151달러로 전장보다 0.7% 급락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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