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항공 이행강제금 94% 감경…시행령 넘은 의결 논란
시행령 "2분의 1 범위에서 가중·감경하거나 면제"…법정 공방 가능성
"쿠팡,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 과징금 10% 감경…상한에 걸려 감액하기도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위 규범인 고시(告示)를 근거로 상위 규범인 시행령에 정해진 기준 금액과 다르게 이행강제금을 정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전원회의(주심 이순미 상임위원)는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결합 시정조치 위반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면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산정한 금액의 6.0% 수준으로 대한항공의 이행강제금을 감경했다.
전원회의 의결서를 보면 시행령에 따라 산정한 이행강제금은 약 981억원인데 1차례 40% 감경한 뒤 다시 90%를 줄여 58억8천여만원을 부과했다.
시행령은 이행강제금 부과기준을 규정한 별표1에서 "산정된 이행강제금의 2분의 1 범위에서 가중·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공정위는 이와 달리 94%를 깎아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전원회의는 시행령에 근거해 만들어진 공정위 고시에 따라 과거 의결 사례 등을 검토해 심판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고시는 '기업결합 관련 시정조치 불이행에 따른 이행강제금 부과기준'을 말한다.
여기에는 여러 시정조치 중 일부만 불이행한 경우에 감액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이와 더불어 "이 기준에 의한 이행강제금의 부과가 위반행위의 내용, 시정조치 이행을 위한 노력, 기타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현저히 불합리한 경우에는 이 기준과 다른 금액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공정위의 재량을 넓게 인정했다.
고시를 전원회의 심판의 근거로 삼았다고 하지만 고시 자체가 상위 규범인 시행령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의 다른 관계자는 "고시가 시행령과 충돌하는지 여부나 제도 개편이 필요한지 등을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면서 공정위는 연도별 좌석 수를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의 90% 미만으로 줄이지 말라고 명령했는데 그중 하나인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서 준수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11가지 시정 조치 중 1가지만 불이행했고 24개 노선 중 1개 노선에서만 위반이 있었던 점, 대체 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이 운항을 개시해 좌석 공급 측면에서 소비자 피해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점 등을 고려해 감액했다.
아시아나에는 최초에 산출한 금액의 1% 수준인 5억8천여만원으로 과징금을 책정했다. 아시아나는 작년 7월에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약 121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았는데 그 사건과 병합 심리했다면 이행강제금을 1차례만 받을 수 있었다는 사정 등을 감안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서 과징금이 적절했는지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쿠팡이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을 어기고 납품업체에 횡포를 부린 혐의를 제재하면서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일부 감경한 사실이 확인됐다.
소회의(주심 황원철 상임위원) 의결서를 보면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업체에 대금을 늦게 주고 지연이자를 주지 않은 사안과 쿠팡체험단 행사에서 사용하지 않은 상품 대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에 관해 '조사 협조'를 이유로 각각 과징금의 10%를 경감했다.
이 사건에 적용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 고시(과징금 고시)는 "조사 단계에서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 협조한 경우"에는 10% 이내로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쿠팡이 미지급한 이자 일부를 공정위 조사 시작된 후 납품업자에게 준 점을 고려해 관련 과징금을 추가로 5% 감경했다.
이에 따라 쿠팡은 지연이자 미지급은 15%, 상품 대금 미반환은 10%를 감경받았다. 각각의 과징금은 8억2천600만원에서 7억200만원으로, 5억3천600만원에서 4억8천300만원으로 줄었다.
쿠팡은 납품업체를 압박해 제품 가격을 낮추게 하고, 광고비 등을 억지로 부담시킨 것까지 포함해 모두 4가지 행위로 제재받았다.
다만 공정위는 이 2가지 행위로 인한 피해 금액을 산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정액 과징금 5억원씩 합계 10억원을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과징금 상한의 벽에 부딪혀 1억원씩 2억원을 감액했다.
쿠팡의 납품가 인하 압박이나 광고비 강요는 위반 기간이 '2년 초과 3년 이내'라서 20% 가산 대상이었다.
이에 따라 과징금 산정 기준은 각각 6억원으로 늘지만, 상위 규범인 대규모유통업법 35조에 규정된 정액 과징금 상한에 걸려 결국 각각 5억원으로 낮춘 것이다.
4가지 행위의 과징금 합계는 21억8천500만원이다. 쿠팡의 거래 규모에 비춰보면 과징금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정위는 대규모 유통업체의 횡포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겠다며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행정예고 중이다.
개정안은 위반 금액의 비율을 산정하기 곤란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의 경우 4억5천만∼5억원을 과징금 부과 기준금액으로 삼도록 규정했다. 현행 과징금 고시는 4억∼5억원으로 돼 있는데 하한을 5천만원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개정해도 과징금 한도를 5억원으로 둔 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쿠팡과 같은 사례에서는 제재 수위를 높이기는 어렵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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