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항공권 이미 구입한 승객에 유류할증료 추가 안돼"

입력 2026-05-08 23:34
EU "항공권 이미 구입한 승객에 유류할증료 추가 안돼"

항공 부문 지원 지침 발표…"소비자 보호는 후퇴 없어야"

항공유 부족 우려에 "미국산 항공유 사용도 허용"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항공유 부족 사태로 유럽 항공사들이 타격을 입고 있지만, 이를 구실로 유류할증료를 소급 적용하는 등 소비자 보호 규정을 어겨서는 안 된다고 유럽연합(EU)이 강조했다.

EU는 8일(현지시간) 중동 전쟁의 영향을 받은 항공 등 교통 부문 지원 지침을 발표하면서 이런 내용 등을 담았다.

EU는 현재로서는 항공유 부족이 심각하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면서, 항공편 취소 시 승객들에게 금전적 보상 의무가 면제되는 경우는 연료 부족 사태로 인한 취소일 경우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항공사들이 유가가 상승했다는 이유로 이미 판매한 항공권에 대해 유류할증료를 추가 부과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EU는 "항공사들은 연료 가격이 예상보다 비싸졌다는 이유만으로, 구매 시점에 광고한 가격보다 항공권 가격을 인상할 수 있도록 하는 약관을 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나-카이사 이트코넨 EU 집행위원회 에너지 담당 대변인은 이와 관련 "항공사들은 상황에 맞춰 공시 운임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승객이 이미 구입한 항공권에 추후 유류할증료를 추가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 경우 EU의 불공정 상거래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의 저가항공사 볼로테아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을 이유로 고객에게 유류할증료를 추가로 요구, 프랑스에서 조사받고 있다.

볼로테아 프랑스 지사는 이와 관련, "전문 로펌 3곳에서 우리 제도가 적법하다는 확인을 거쳤다"며 "유류할증료는 유가가 오를 때뿐 아니라 내릴 때도 적용되는 양방향적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EU는 아울러 이날 유럽 항공사들의 항공유 부족 우려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미국에서 생산되는 항공유인 '제트A' 사용을 막지 않겠다는 지침도 발표했다.

EU는 "현재로서는 유럽이 항공유 부족 사태에 직면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미국산 항공유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은 새 권고안에서 "제트A가 유럽에 도입되더라도 적절히 관리되면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존에 'A-1' 항공유만 사용해 온 시스템에 '제트A' 항공유가 함께 사용될 경우 "운영상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적절한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미국산 항공유보다 어는 점이 낮아 장거리 비행 시 극저온 환경에 대한 저항성이 더 높은 제트 A-1만을 사용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또한 항공기 적재 방식 조정, 공항 이착륙 시간 배분 방식 개선 등 항공유 사용을 최적화하기 위한 권고도 함께 제시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질 경우 몇 주 안에 항공유 부족 사태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에너지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항공유 가격이 중동 전쟁 이전에 비해 배 이상으로 치솟자 글로벌 항공사들은 이미 항공편 운항을 크게 줄였다.

항공정보분석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이달 운항 예정이었던 항공편 가운데 약 1만3천편이 취소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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