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담배 모르는 세대 만들기…영국의 실험 성공할까

입력 2026-05-08 07:15
[특파원 시선] 담배 모르는 세대 만들기…영국의 실험 성공할까

명분 뚜렷하나 문제는 실효성…효과적인 금연 지원 필요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다음 세대는 흡연 없는(smoke-free) 세대가 될 것입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승인으로 '담배 및 전자담배 법'의 최종 입법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영국에서 담배와 전자담배를 살 수 있는 사람은 현재 18세 이상인 성인이다. 이 법이 2027년 1월 시행에 들어가면 현재 17세인 2009년생 청소년은 내년에 18번째 생일을 맞아 성인이 되더라도 가게에서 담배를 살 수 없다. 평생 담배를 모르는 세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노동당이 이를 공약으로 내걸고 2024년 7월 총선에서 압승했고 찰스 3세의 국왕 개원 연설(킹스스피치)로 추진 계획을 못 박았기에 2024년 11월 법안 공식 발의 때부터 법제화는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입법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영국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의 권리,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 정부가 공중보건을 이유로 개인의 생활방식을 규제하려 하면 바로 '유모(nanny) 국가'란 비아냥이 나온다. 유모가 아이 돌보듯 국민을 대할 순 없다는 비판이다.

이 법안은 애초에 2023년 리시 수낵의 보수당 정부가 먼저 발의했다가 2024년 의회 해산으로 무산됐는데, 당시에도 이런 분위기가 상당했다. 당시 보수당답지 않은 정책이라며 반발이 일었고,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시가 애호가로 유명했던 구국 영웅 윈스턴 처칠을 거론하며 "처칠의 당이 시가를 금지하다니 미친 일"이라고 꼬집었다.

2008년 12월 31일 출생자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2009년 1월 1일 출생자에게는 없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대에 맞서 정부와 법안 지지자들이 내세운 대의명분은 단순하다. 영국에서 '예방 가능한 사망원인'으로는 담배가 1위이고, 연간 약 8만명이 담배 때문에 죽음을 맞으며, 암과 심장질환, 심장마비의 주요 동인이 흡연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국가가 제한한다는 문제는 '흡연자의 금연을 강제하기' 대신에 '차세대가 담배를 못 배우게 하기'라는 점으로 피해 갔다.



보도자료에 세 자녀를 둔 60세 여성 수 마운틴 씨의 사례와 언급이 포함된 데서 정부의 분명한 의지가 보인다.

11세 나이에 흡연을 시작한 마운틴 씨는 2012년 후두암 진단을 받았다. 2015년, 2017년 암이 더 재발하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는 암에서 벗어난 상태라고 한다.

그는 "과거의 흡연자로서, 흡연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중독돼서 하는 것"이라며 "담배 판매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면 더 많은 아이들이 공포에 떨며 병원에 앉아 있고 가족에게 '암에 걸렸다'고 말해야만 하는 세대가 되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명분은 분명하나 본질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실효성이다.

금연 운동 단체 '흡연과 건강에 관한 행동'(ASH)의 작년 보고서에 따르면 흡연자 다수가 미성년자일 때 흡연을 시작한다. 잉글랜드에서 한 번이라도 담배를 피워본 11∼15세는 40만명, 현재 흡연 중인 이 연령대 청소년은 10만명에 달한다. 흡연 규제는 암시장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데버라 아놋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는 싱크탱크 킹스펀드 블로그에 영국에서 2007년 담배를 구매할 수 있는 연령이 16세에서 18세로 올라간 이후 이 연령대의 흡연이 30% 줄었다는 과거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여전히 많은 청소년이 합법적으로 담배를 살 수 있는 600만명 성인 대열에 합류해 흡연을 계속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와 미래의 흡연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습관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효과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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