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계 미국인도 쿠바 투자 허용"…쿠바 '전략적 개방' 시작
적대시하던 쿠바계 미국인에 시장 개방…美 압박 속 자본 유치 '시동'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미국계 쿠바인 등 해외에 거주하는 쿠바인들도 쿠바 본토에서 직접 투자와 함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간 재외 쿠바인들은 '이민자'나 '방문자'로 분류돼 재산권 행사가 어려웠는데, 이런 제한이 폐지됐다.
쿠바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제117호 법령과 시행령'을 5일(현지시간) 관보에 게재했다.
관보에 따르면 해외 거주 쿠바인 중 신청자에 한해 쿠바 경제 모델에 참여할 수 있는 '투자자 및 사업가' 이주 지위가 신설됐다. 이는 쿠바계 미국인 사회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스페인어권 매체 인포바에는 해석했다.
쿠바 내무부의 마리오 멘데스 이민·외국인국장은 "투자 및 비즈니스 자격을 얻은 쿠바 시민은 쿠바 영토 내에 실질적으로 거주하는 사람들과 동일한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24개월 이상 연속으로 떠나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던 '이주자' 개념도 폐지됐다. 이전까지 해외 거주 쿠바인들은 주로 '방문객'이나 '이주자'로 분류돼 재산권 행사가 제한됐었다.
이에 따라 해외 거주 쿠바인이 2년 이상 본국에 부재하더라도 본토인처럼 쿠바 내 재산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1년 중 쿠바에 6개월 이상 체류하거나 가족, 노동, 경제적, 재산상의 연고를 증명하는 사람을 거주자로 인정하는 '실질적 이주 거주 요건' 개념도 도입됐다.
쿠바의 이런 개방 정책은 미국의 압박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다음은 쿠바'라고 여러 차례 말하고, 쿠바 봉쇄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잇달아 서명하며 쿠바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런 가운데 나온 이번 쿠바의 정책은 쿠바의 자본시장을 일부 개방해 미국의 압박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한편, 쿠바 정권이 겪고 있는 외화 및 자금 조달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전략적 개방'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간 사실상 적대시했던 쿠바계 미국인을 공식적인 경제 주체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변화로 해석된다. 가령 미국 측의 대(對)쿠바 협상 라인에는 쿠바계 미국인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이 포진해 있어, 디아스포라(이산·고국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형성된 집단)의 영향력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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