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교황이 이란핵 용인"…교황 "비판해도 진실에 토대두라"
美국무 방문 앞 충돌…트럼프, '반전=핵보유 허용' 주장 되풀이
교황 "교회는 반핵입장 표명해와…나도 선출 이후 분명히 밝혀"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오 14세 교황의 충돌은 미국 외교수장의 바티칸 방문을 앞두고도 되풀이됐다.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근교의 별장 카스텔 간돌포를 떠나 바티칸으로 향하면서 취재진에 "교회의 사명은 복음을 전하고 평화를 전파하는 것"이라며 "만약 누군가 제가 복음을 전하는 것을 비판하고 싶다면 진실에 토대를 두고 그렇게 하라"라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의 이 발언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라디오 토크쇼 '휴 휴잇쇼'에 출연해 교황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한다고 주장한 뒤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은 이란이 차라리 핵 무기를 가져도 좋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그것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황이 가톨릭 신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을 위험에 빠지게 하고 있다"며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그냥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레오 14세 교황을 깎아내리며 "나는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도 OK라고 생각하는 교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다시 한번 비슷한 말을 되풀이한 것이다.
당시 미국의 다수 매체는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레오 14세 교황이 전쟁 종식과 평화를 촉구했을 뿐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옹호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허위사실에 가깝다고 판정했다.
이날 레오 14세 교황은 이러한 트럼프 주장에 대해 "교회는 수년간 핵무기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해왔으므로 이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제가 선출된 순간부터 분명하게 말해왔고 이제 그 기념일(선출일)이 다가오고 있다"며 "나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오는 7일로 예정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만남에 대해 신뢰와 열린 마음에 기반한 좋은 대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그가 언급하려는 이슈들은 오늘날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고보자"며 루비오 국무장관과 이란 전쟁 등 국제 정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란 전쟁 발발 후 여러 차례 전쟁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교황은 특히 이란과의 전쟁에서 군사적 성과를 염원하며 기독교나 예수의 이름을 끌어다 들이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등의 행태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오 14세 교황의 비판을 미국의 이익에 맞서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 외교, 권력의 우위 등 세속의 논리를 동원해 교황을 여러 차례 비난해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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