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야권 거물, EU수장 옥중 비판 "중·러와 비교, 부적절"
이마모을루 전 이스탄불 시장,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직격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투옥 중인 튀르키예 야권 유력 인사인 에크렘 이마모을루 전 이스탄불 시장이 튀르키예를 중국, 러시아와 비교한 유럽연합(EU) 수장을 직격했다.
이마모을루 전 시장은 5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실린 옥중 기고문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겨냥, "튀르키예를 러시아, 중국과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EU의 지정학적 현실, 전략적 이익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 달 독일 매체 '차이트'가 주최한 행사에서 "유럽 대륙이 러시아, 튀르키예,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지 않도록 완전한 통합에 성공해야 한다"고 말해 튀르키예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후 "위원장의 발언은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영향력과 크기, 야망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며 무마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마모을루 전 시장은 장기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 대한 공개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기고문에서 튀르키예 정부가 자국에서 법치주의와 기본권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EU 역시 튀르키예의 EU 가입이 오랫동안 교착에 빠진 데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튀르키예는 1999년 EU 가입 후보국이 된 이래 국내 정치 불안정, 그리스, 키프로스와 외교 갈등 탓에 25년이 넘도록 EU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마모을루 전 시장은 "EU는 튀르키예와의 관계에서 원칙과 기득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EU에 튀르키예의 역사와 사회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EU에 "두려움, 고정관념, 단기적 정치적 계산으로 튀르키예를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라고도 요구했다.
튀르키예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인 이마모을루 전 시장은 2019년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 처음 출마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2024년 재선에 성공해 차기 대선에서 에르도안 총리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지만, 작년 3월 부패·간첩 등의 혐의로 체포돼 징역 2천430년을 구형받고 수감 중이다.
한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튀르키예 관련 발언은 유럽 내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샤를 미셸 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당시 튀르키예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심 동맹국'이자 '유럽 이주민 대응 정책의 주요 협력국'이라고 감싸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비판했다.
유럽의회의 나초 산체스 아모르 튀르키예 담당 보고관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발언이 튀르키예와 "안보와 국방 분야에서 더 강력한 협력을 촉구하는 (EU) 기조와 전적으로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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