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와 손잡은 좌파…루마니아 '친유럽' 연정 붕괴
의회, 볼로잔 총리 불신임안 가결
10개월 만에 다시 내각 구성해야…실패시 조기 총선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루마니아 의회가 5일(현지시간) 일리에 볼로잔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찬성 281표, 반대 4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루마니아는 친유럽 성향 연립정부가 구성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볼로잔 총리가 퇴진하고 새로 내각을 구성하게 됐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루마니아 의회는 이날 상하원 합동 회의를 열어 정부 불신임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전체 의원 464명 가운데 463명이 재석했으며 이 가운데 288명이 투표해 찬성 281표로, 불신임안 가결 정족수인 재적 과반수 233표를 넘겨 가결됐다. 반대는 4표였고, 3표는 무효 처리됐다.
볼로잔 총리가 속한 중도우파 성향 국민자유당(PNL), 연정 파트너인 개혁 성향 루마니아 구국연합(USR)과 소수민족 정당 헝가리인 민주연합(UDMR) 소속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불신임 정국은 지난달 말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PSD)이 연정에서 탈퇴하면서 시작됐다. PSD는 지난달 28일 극우 성향 야당인 결속동맹(AUR)과 함께 불신임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PSD는 세금 인상, 공공 부문 임금 및 연금 동결, 공공 지출과 공공 부문 일자리 감축 등 긴축 정책을 추진한 볼로잔 총리와 자주 충돌했다.
이날 불신임안 통과로 볼로잔 정부는 헌법상 권한이 제한되는 과도정부로 전환됐다.
과도정부는 일상적인 행정 업무만 수행할 수 있으며 긴급행정명령을 발령하거나 새로운 법안을 제출할 수 없다.
과도정부 기간은 45일을 초과할 수 없다. 정당들은 이제 새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며, 협상이 실패할 경우 조기 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
불신임안을 주도한 PSD의 소린 미하이 그린데아누 대표는 "신속히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을 의지가 있다"며 "모든 선택지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여당인 PNL의 카탈린 프레도이우 제1부대표는 현지 매체에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도 "정당 간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니쿠쇼르 단 대통령이 조만간 신임 총리 지명과 연정 구성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새 내각 구성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루마니아 정치 컨설턴트 크리스티안 안드레이는 AP 통신에 "누구도 과반이나 안정적인 연정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새 총리를 지명할 다수를 찾기까지 몇 주가 걸릴 것"이라며 이번 정치적 위기가 교착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볼로잔 총리를 제외한 기존 연정 재구성이나 불신임안을 주도한 PSD를 중심으로 극우 성향 AUR과 다른 소수 정당이 힘을 합치는 연정 등의 선택지가 있다고 관측했지만, PSD-AUR 연정은 친유럽 성향의 단 대통령이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PSD는 과거 AUR과 연정을 거부한 바 있다.
루마니아는 2024년 11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가 러시아의 개입 의혹으로 무효가 돼 다음 달 재선거를 치른 이후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총선 다수당인 PSD가 PNL, UDMR 등 친유럽 성향 정당과 손잡고 연정을 구성했지만, 지난해 5월 PSD 소속 마르첼 치올라쿠 당시 총리가 대선 1차 투표에서 패배하면서 총리직을 사임하고 PSD가 연정 이탈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무소속 단 후보가 극우 민족주의 후보 제오르제 시미온 AUR 대표를 결선에서 꺾고 대통령에 취임한 뒤 그해 6월 PNL 소속 볼로잔 상원의장을 총리로 지명했지만, 볼로잔 총리는 10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ra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