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설탕 담합 과징금 990억원 깎아줬다…"조사·심의 협조"

입력 2026-05-06 05:51
공정위, 설탕 담합 과징금 990억원 깎아줬다…"조사·심의 협조"

최대 감경으로 20%↓…"엄중 제재 필요하다"면서도 부과기준율은 20% 아닌 15%만 적용

의결서에서 드러나…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과징금 불복 소송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약 3조2천억원 규모의 설탕 담합 사건을 제재하면서 과징금을 1천억원 가까이 깎아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공개된 의결서에서 확인된 금액이고, 비공개한 리니언시(자진신고 감경)가 있었다면 감경액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6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이하 '제당 3사')의 설탕 가격 짬짜미 사건을 제재한 전원회의(주심 이순미 상임위원) 의결서를 보면 공정위는 과징금을 정하는 과정에서 1차로 산출한 금액(1차 조정 산정기준)의 20%씩을 감액했다.

이에 따라 과징금은 CJ제일제당[097950]이 1천729억여원에서 1천383억여원으로, 삼양사[145990]는 1천628억여원에서 1천302억여원으로, 대한제당은 1천592억여원에서 1천273억여원으로 각각 줄었다. 3사가 감액받은 과징금 합계는 약 990억원이다.

공정위는 제당 3사가 "심사관의 조사 단계부터 심리 종결 시까지 일관되게 행위 사실을 인정하면서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출하거나 진술을 하는 등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을 고려했다고 의결서에서 밝혔다.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이하 '과징금 고시')는 조사 단계에서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 협조한 경우 10% 이내로, 심의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적극 협조하고 심리 종결 때까지 행위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 10% 이내로 각각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사와 심의와 양쪽에서 3사에 모두 최대 감경 비율을 적용한 것이다.

공정위는 올해 2월 12일 설탕 담합 사건 제재 결과를 브리핑할 때 조사 협조 감경 등에 관한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 의결서에서 감경 사실이 확인됐다.



반면 가중 사유를 반영할 때는 낮은 가중비율을 택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2020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외 국내 계열사 주식 소유 금지'를 위반해 제재받은 전력 때문에 이번에 설탕 담합에서 가중 대상이 됐다.

공정위는 CJ제일제당에 10%를 가중하기로 했다.

과징금 고시에 따르면 이는 10% 이상 20% 미만을 가중할 수 있는 사안인데 가장 낮은 가중 비율을 택한 것이다.

과징금 계산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부과 기준율도 낮게 적용했다.

공정위는 제당 3사의 위반 행위가 "15.0% 이상 20.0% 미만의 부과 기준율이 적용되는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고서 15%의 부과 기준율을 적용했다.

공정위는 담합의 영향을 받아 생긴 '관련 매출액'에 '부과 기준율'을 곱해 과징금 산정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가중 혹은 감경해 과징금 액수를 결정한다.

과징금 고시는 담합 사건이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인 경우 최대 20.0%의 부과 기준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과 기준율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최종적인 과징금이 크게 달라지는데 공정위는 상대적으로 낮은 쪽(15.0%)을 택한 셈이다.



공정위는 제당 3사가 국민의 고통을 가중하고 부당한 이득을 추구했으며, 사실상 독점 기업과 같이 가격을 결정했고, 공동행위(담합)에 조직적으로 가담했다고 15%를 적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담합이 약 4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고, 국민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크며,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당 가격이 지속해 상승했음에도 제당 3사의 영업이익률이 오히려 증가했으며 이들이 현저한 규모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모두 8가지 사유를 꼽았다.

부과 기준율을 20.0%로 하고 나머지 조건은 공정위 의결과 동일하게 적용해 과징금을 계산하면 CJ제일제당 1천844억여원, 삼양사 1천736억여원, 대한제당 1천698억여원으로 약 5천280억원 정도가 된다. 이는 공정위가 의결서에 기재한 부과액 합계(약 3천960억원)보다 1천320억원 정도 많은 수준이다.



만약 리니언시 혜택을 부여했다면 실제 부과한 금액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리니언시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월 초 국무회의에서 "설탕 사건의 경우는 자진 신고 1순위와 2순위가 검찰과 공정위가 달랐다"며 리니언시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설탕 담합에서 리니언시를 적용하면 실제 과징금은 공정위가 발표한 금액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에 관해 공정위는 "과징금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자진신고 감경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감경 인정 요건을 엄정하게 심의해 감면 여부를 결정했다"고 2월 19일 설명하기도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제당 3사는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이들이 조사·심의에 협조했다며 과징금을 대폭 깎아주고도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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