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에 등장한 日평화헌법…다카이치 개헌 추진속 반발 확산
헌법 조문 넣은 디제잉·집회 일정 공유 웹사이트 활용 '눈길'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일본 자민당 정권이 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자 '평화헌법'을 수호하려는 일본 국민들의 반대 행동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개헌을 주도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최근 자민당 헌법 개정파 회의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시대의 요청에 맞춰 헌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일본 국민들의 개헌 반대 행동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진화하는 모양새다.
일본의 힙합 DJ이자 프로듀서인 다카기 간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일본 헌법 9조가 디제잉된 영상을 올려 높은 조회수와 '좋아요'를 기록하고 있다.
DJ 다카기는 일본 아이돌 출신 배우이자 가수 고이즈미 교코의 60세 생일을 맞아 최근 열린 'KK 60' 콘서트 오프닝에서 디제잉을 맡아 일본 헌법 9조 1항과 2항 조문이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도록 연출했다.
그가 콘서트장에 송출한 일본 헌법 9조 1항과 2항은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을 명시해 일본 헌법이 이른바 '평화헌법'이라는 별칭을 얻게 한 핵심 조항이다.
엑스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헌법 9조가 담긴 디제잉을 접한 일본 누리꾼들은 "헌법이 힙합 리듬에도 잘 어울린다니 놀랍다", "다른 DJ들도 헌법 조문을 들려주길 바란다"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다카이치 내각이 살상무기 수출의 원칙적 허용, 헌법상 자위대 명기 등을 추진하며 기존 평화헌법 체제를 해체하려는 데 대해 반감을 가진 일본인들은 최근 크고 작은 집회를 열어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야간에 열리는 반대 집회에는 한국의 집회 문화에서 '수입'한 것으로 알려진 응원봉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2016년 이화여대 시위에서 시작돼 한국 젊은 층의 집회 현장에서 자주 불리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일본 개헌 반대 시위에서 흘러나오는 모습도 목격된다.
일본 헌법기념일인 3일 도쿄 고토구 임해광역방재공원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린 헌법 수호 집회 주최 측은 참가 인원이 5만명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전국 규모로는 232개의 크고 작은 집회에 9만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개헌에 반대하는 일본 국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헌법 수호 집회 상황을 정리해 공지하는 '데모캘린더' 사이트를 참고해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개헌 반대 집회에 대한 대중 참여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지목되는 '데모캘린더'는 후쿠오카현에 사는 30대 여성 회사원이 자발적으로 개발한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의 무기 수출에 반대하는 비율이 60세 이상에서 55%, 18∼39세에서는 45%로 고령층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고 보도하는 등 일본 젊은 층보다 고령층의 평화 수호 의지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본 시민단체 '일본평화위원회'는 지난 3일 젊은 유동 인구가 몰리는 도쿄 시부야에서 평균 연령 17.6세 행인 1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쟁 포기를 담은 헌법 9조를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 관계자 이와모토 사토루 씨는 "전쟁 반대에 의견을 적는 사람이 예년보다 늘어나 젊은이들의 평화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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