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제작자 만나는 위기의 나토…"선전에 예술 이용" 비판
나토, 美·벨기에·佛 이어 내달 영국서 작가들과 회의
英작가들, 불쾌감 표명…나토 측 "업계 관심에 따른 것"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TV나 영화 제작자들과 잇따라 회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토가 예술을 선전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나토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벨기에 브뤼셀, 프랑스 파리에서 영화 및 TV 전문가들과 세 차례 회의를 가졌다.
다음 달엔 영국 런던에서 영국 작가 조합(WGGB) 소속 시나리오 작가들과 만나 일련의 비공개회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영국 회의의 주요 주제는 '유럽 및 그 너머의 변화하는 안보 상황'이 될 예정이다.
현재 나토의 하이브리드·사이버·신기술 담당 부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제임스 아파투라이 전 나토 대변인 등이 나토 측에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이 입수한 WGGB의 이메일에는 이번 회의들이 이미 "세 개의 별도 프로젝트" 개발로 이어졌으며, 이 프로젝트들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이런 대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돼 있다.
이 이메일에는 나토가 "협력과 타협, 우정과 동맹을 키워가는 것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는 믿음 위에 세워졌다"고 명시돼 있으며 "이처럼 단순한 메시지라도 향후 이야기 속에 담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도 쓰여 있다.
런던 회의에 초청받은 일부 인사는 이 자리가 "나토를 위한 선전 활동에 기여해 달라"는 요청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지난해 2월 개봉한 아일랜드 영화 '크리스티'의 작가 앨런 오고만은 이번 회동 계획이 "나토가 영화와 TV를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파하려는 시도"라며 "명백한 선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을 일종의 긍정적인 기회로 제시하는 건 현실 감각이 없고 미친 짓"이라며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 출신이거나 나토가 가담하고 조장한 전쟁으로 고통받은 국가에서 온 친구나 가족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에 초청된 다른 시나리오 작가들이 "예술이 전쟁을 지지하는 데 이용된다는 사실에 꽤 불쾌해했다"고도 전했다.
또 다른 시나리오 작가 겸 프로듀서인 파이살 A 쿠레시는 "직접 어떤 분위기인지 확인하기 위해" 회의 참석을 신청했으나 일정상 문제로 불참하게 됐다.
그는 "정보기관이나 군 당국의 브리핑이라는,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세계에 발을 들이는 창작자들이 빠지기 쉬운 위험은, 마치 자신이 어떤 비밀 지식을 얻게 된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도덕의 기준이 느슨해지고, 더 큰 목적을 위해서라면 인권 침해조차 정당화할 수 있는 '회색 지대'가 존재한다고 믿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간 나토 지지자들은 예술계와의 관계 강화를 주장해왔다.
영국 싱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는 올해 초 보고서를 발표하며 각국 정부가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 제작자를 포함한 문화계 지도자들과 협력해 국방비 증액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고 "왜 이런 국방 투자가 필요한지 그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할 것을 촉구했다.
한 나토 관계자는 런던 회의에 대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픽션 작가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세션 중 네 번째 행사"라며 "업계 관계자들이 나토가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되는지 더 알고 싶어 하는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WGGB 대변인은 "우리는 외부 기관으로부터 회원들에게 전문적으로 유용하거나 흥미로울 수 있는 행사 초청을 받는다"며 "이런 교류가 반드시 해당 기관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이어 작가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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