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타협하지 않는 예술…베네치아비엔날레 심사위원단 사퇴
국제미술전 심사위원 5명 전원 사퇴…이스라엘·러시아 사실상 보이콧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세계 최대 현대미술 행사인 베네치아비엔날레가 개막을 불과 9일 앞두고 국제미술전 심사위원단 5명 전원이 사퇴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는 심사위원단이 러시아와 이스라엘 출신 작가를 수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양상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이 행사 국제미술전 수상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 5명은 전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심사위원단이 지난달 23일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기소된 지도자가 있는 국가는 수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지 일주일만이다.
심사위원단은 발표에서 특정 국가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러시아와 이스라엘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은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ICC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심사위원단은 미술 웹사이트(e-flux)에 게시한 성명서를 통해 "기존에 발표한 우리의 의향서를 인정하는 의미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신들의 원칙과 신념에 변화가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비엔날레 측은 심사위원단 사퇴와 관련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수상 배제 결정은 예술이 인권과 사회적 책임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지만, 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반박도 제기되며 논쟁으로 이어졌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엑스(X)에 올린 성명에서 이스라엘 작가를 배제한 것은 "비엔날레를 자유롭고 경계 없는 아이디어의 열린 예술 공간에서 반(反)이스라엘 정치 선전의 장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출신 벨루-시미온 파이나루는 심사위원단의 배제 결정에 대해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970년대 이스라엘로 이주한 파이나루는 지난해 이스라엘 최고 문화훈장을 수상하는 등 중요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며, 올해 비엔날레에서 '무(無)의 장미(Rose of Nothingness)'라는 설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예술은 서로 대화하는 공간이어야지, 배제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비엔날레 측은 심사위원단 사퇴로 올해 수상자 선정 방식을 관람객 투표로 변경하고, 시상 시점도 개막 직후가 아닌 오는 11월 22일 폐막일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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