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뛴 K-정유, 1분기 5조 영업익 전망…"금은방 착시효과"

입력 2026-05-03 06:37
몸값 뛴 K-정유, 1분기 5조 영업익 전망…"금은방 착시효과"

SK이노·에쓰오일 등 실적 반등…정제마진 급등에 수출마진 호조

유가 하락시 고가 재고 부담에 적자로 돌아설 듯

최고가격제 따른 손실 3조원대 추정…보전 관련 정부와 '이견'도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국내 정유 4사가 올해 1분기 중동 전쟁에 따른 수출 마진 호조로 5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이 유가 상승에 따른 일시적 '재고 효과'인 만큼, 실제 수익성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제마진 급등에 수출로 수익 극대화…내수는 제한

3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3천586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446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흑자전환은 물론, 수익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 역시 1조84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각각 1조원 중반대, 2천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정유 4사의 전체 1분기 영업이익 총합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호실적은 지난 2월 말 발발한 중동 전쟁 이후 급등한 정제마진에 따른 수익성 향상과 유가 상승으로 인한 '재고 관련 이익' 확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1분기 정유사 영업이익 중 정제마진 개선에 따른 영향은 50∼60%, 재고 관련 이익 영향은 40∼5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휘발유·경유 등)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제외한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대표적인 수익 지표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보다 제품 가격이 큰 폭으로 뛰면서 정제마진은 급등한 상황이다.

실제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2월 배럴당 5.7달러에서 3월 16.5달러로 180% 이상 급등하며 손익분기점(4∼5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국내 정유사들은 세계 5위 수준의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매출의 50∼70%를 차지하는 수출에 집중하며 이 같은 정제마진의 수혜를 극대화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이란 전쟁으로 중동·아시아·태평양을 통틀어 한국 정유사들은 유일하게 값싼 가격에 내수에 제품을 조달하면서도 높은 마진에 수출이 가능한 공급처가 됐다"며 "내년 말까지도 과거 호황기를 상회하는 시황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내수 시장은 지난 3월 시행된 '최고가격제'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면서 수출 대비 마진 폭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정부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최근까지 누적 손실액이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향후 정부가 이를 보전하기로 했으나 이를 위한 예비비 4조2천억원이 소진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보전액 산정을 둘러싼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 "금은방의 착시"…유가 하락 땐 '손실 부메랑' 우려

역대급 실적 예고에도 정유업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1분기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이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본질적인 수익성 개선이 아닌 유가 변동에 따른 일시적 착시로 본다.

재고 관련 이익은 원유 도입에 4∼8주 이상 소요되는 정유업계의 특수한 원가 산정 방식에서 비롯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평균 3∼4개월치 원유를 재고로 보유하며, 이 재고의 평균 가격을 분기별 원가로 반영한다.

따라서 유가 상승기에는 '과거에 확보한 저가 재고'가 원가로 투입되는 반면, 제품 판매가는 '현재의 고유가'를 기준으로 책정되면서 일시적으로 마진이 늘어나는 '타이밍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금은방의 마진 구조와 유사하다.

가령 금은방이 50만원에 사둔 금반지 재고가 있는 상태에서 시세가 100만원으로 오르면, 금은방은 현재 시세에 맞춰 일정 마진을 붙여 판다.

이때 장부상으로는 50만원에 산 물건을 비싸게 팔아 판매 마진이 늘지만, 반대로 금값이 다시 하락하면 고가 재고 부담이 원가에 반영되면서 마진이 축소된다.

문제는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때다. 정유업은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비싸든 싸든 원유를 끊임없이 매입해 채워 넣어야 하는 연속 공정 산업이다.

현재 정유사들은 1분기에 거둔 수익을 현재 유가 기준의 더 비싼 원유를 구매하는 데 고스란히 재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고가에 사들어 축적하고 있는 원유 재고가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쟁 종식 등으로 유가가 급락하면 반대로 '비싸게 산 원유'가 원가로 반영되고 판매가는 떨어지면서 고스란히 '재고 관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통상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할 때마다 정유 4사 합산 1천억원 이상의 손익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유가 상승으로 늘어난 이익은 유가 하락 시 고스란히 손실로 반영될 예정"이라며 "현재 중동산 원유를 대체하기 위해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값비싼 원유를 구매하고 있어서 유가 급락 시 대규모 적자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burn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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