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첫 파업' 삼성바이오…생산 차질·6천400억 손실 우려
노사 갈등 격화…쟁의행위 제한 놓고 법정 공방
공정 멈추면 전량 폐기…바이오 특수성 부각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지난 2011년 창사 이래 첫 전면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됐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부는 그룹 내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임금 14% 인상,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했으나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을 겪어 왔다.
노조는 노동절인 1일부터 오는 5일까지 일단 닷새간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산업계 일각에서는 이 파업 이후에도 노사 합의에 실패하면 노조가 재파업에 돌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인사 문제·임금 협상 두고 노사 입장차 여전
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인사 원칙 바로 세우기', '그룹 내 임금 격차 해소'를 요구하면서 사측과 협상을 벌여왔다.
구체적으로 1인당 3천만원 격려금 지급,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임금 6.2%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노사 간 입장은 평행선을 그려왔다.
지난 3월까지 13차례에 걸친 임단협 교섭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노조는 결국 '파업'이라는 강수를 뒀다.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앞두고 노사는 날 선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회사 측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면서 노조를 상대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연속 공정이 핵심인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었다.
단 하루라도 생산을 멈추면 단백질이 변질돼 전량 폐기할 수밖에 없어 피해 규모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달 법원은 9개 공정 가운데 마지막 세 단계인 ▲ 농축 및 버퍼 교환 ▲ 원액 충전 ▲ 버퍼 제조·공급 공정의 파업만 제한하고 나머지 6개 공정에서는 파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회사는 9개 공정이 연결돼 있으며 세포 해동부터 배양, 정제, 충전 등 각 공정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제어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다른 생산 공정 역시 멈춰서는 안 된다며 법원 판결에 불복, 판결 당일 항고했다.
법정 공방을 벌인 이후에도 노사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전면 파업을 사흘 앞둔 지난달 28일 회사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노조 측은 "사측이 대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하는 등 입장이 엇갈렸다.
또 지난달 28∼30일 60여명이 참여한 부분 파업 당시에는 노조를 이끄는 지부장이 휴가를 낸 것을 두고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회사 측은 "파업 전 노사 간 대화를 하자는 고용노동부 중부청 제안에 응하려고 했으나, 위원장이 부재한 상황이라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당시 노조 측은 "현재 대응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 '공급망 리스크' 노출로 경쟁력 약화 우려도
수개월간 이어져 온 협상에도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노조는 결국 이날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또 닷새간의 파업에 따라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최소 6천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2천571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앞서 법원이 파업 참여를 제한한 3개 공정뿐 아니라 나머지 공정에 문제가 생기면 의약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바이오 생산 현장은 살아있는 세포를 연속 배양하는 초정밀 공정으로, 일반 제조 공정과는 다르다.
한 제약바이오 전문가는 "온도와 습도, 영양분 공급 등 공정 제어 시스템이 단 몇 분이라도 멈추면 세포는 사멸하고 항체 단백질은 변질된다"고 설명했다.
변질된 단백질은 치료제로서 기능을 잃고 '폐기물'로 분류될 뿐이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한 글로벌 규제기관들은 '공정의 무결성'을 강조한다. 업계에서도 공정상 문제가 생기면 실제 품질 이상 여부와 관계 없이 전량 폐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생산 차질로 제품에 문제가 생기거나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공급망 리스크'가 노출되며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이 경우 글로벌 고객사들이 필요한 물량을 즉시 해외 경쟁사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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