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이어 파우치도 노리나…트럼프의 '네버엔딩' 보복 행보(종합)
법무부, 파우치의 前수석고문 기소…장관경질 후 '트럼프 정적' 조치 속도
'과부 발언' 논란에 키멀 해고요구 이어 ABC 방송도 면허 고리로 재압박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미국 법무부가 팸 본디 전 장관이 경질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政敵) 보복'에 다시 고삐를 죄는 듯하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새로운 혐의로 재차 기소한 데 이어,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측근을 기소함으로써 파우치 전 소장의 턱밑도 겨누는 모습이다.
29일(현지시간) 미 법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파우치 전 소장의 수석고문이자 NIAID에서 일했던 바이러스학자인 데이비드 모렌스 박사가 전날 기소됐다.
법무부는 모렌스 박사에 대해 공공기록 파기, 변경 또는 위조, 기록 은닉·반출 또는 훼손, 방조 및 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는 유죄가 확정될 경우 수십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내용이다.
그가 국립보건원(NIH)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보조금 관련 논의를 주고받아 공공기록법을 의도적으로 우회했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모렌스 박사에 대한 기소로 파우치 전 소장 역시 법무부의 사정권에 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우치 전 소장은 코로나 팬데믹 대응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다.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파우치 전 소장에 대한 '보복성 기소'를 우려해 그에 대한 '선제적 사면'을 했지만, 주(州)검찰 차원의 기소나 거액의 민사 소송은 가능하다.
법무부는 전날 코미 전 FBI 국장도 재기소했다. 코미 전 국장에 대해선 지난해 5월 소셜미디어에 조개껍데기들이 '86 47'이라는 모양으로 배열된 사진을 올린 것을 문제 삼았다.
'86'은 누군가를 금지하거나 제거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이어서 '86 47'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위협이라는 게 법무부가 코미 전 국장을 기소한 사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정말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아마도"라며 "코미 같은 사람들은 정치인과 다른 사람들에게 엄청난 위험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86'이라는 숫자가 마피아가 특정인을 살해할 때 쓰는 범죄 은어라면서 "마피아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때 '86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코미 전 국장)는 매우 부패한 경찰이다. 그는 선거에서 부정을 저질렀다. 그는 (2016년 대선에서 나와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도우려고 했다"고 거듭 비난했다.
법무부의 움직임은 본디 전 장관의 경질 사유로 알려진 배경, 즉 자신의 정적들을 기소하는 데 법무부가 적극적·효과적이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정적인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대한 기소에 우려를 표명해 온 마리아 메데티스 롱 연방검사가 수사에서 손을 떼고 사임한 것으로 지난 17일 보도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성 행보는 토크쇼 진행자 겸 유명 코미디언 지미 키멀과, 그가 토크쇼를 진행하는 ABC 방송을 향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키멀은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총격이 벌어진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을 이틀 앞두고 토크쇼에서 "트럼프 여사님, '예비 과부'가 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네요"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키멀을 해고하라고 ABC 방송에 요구했으며, 연방통신위원회(FCC)는 ABC의 모회사인 디즈니를 상대로 다음달 28일까지 면허 갱신 신청서를 내라고 지시했다.
이는 2028년 10월로 예정됐던 갱신 시점을 2년 넘게 앞당기는 것으로, FCC가 거론한 면허 재검토 대상은 ABC방송의 미국 내 8개 지국이다.
키멀의 토크쇼는 지난해에도 FCC의 면허 취소 압박에 무기한 중단됐다가 여론 반발로 재개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파를 향한 사법적·행정적 압박은 이처럼 그의 재집권 이후 1년여 내내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 압박에 저항해 온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연준 청사 공사비용 과다 지출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가 후임 의장의 인준 문제가 돌출하자 최근 수사를 중단했다.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상원의원,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잭 스미스 전 특별검사 등에 대해서도 수사·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 중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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