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트럼프 뼈 때렸나…"왕실 기준으론 놀랍게 직설적"
민주주의·기후대응·초강대국 책임 등 미국의 지향점 역설
거명 비판은 자제…"이견 있어도 친구" 이란전쟁발 불화 달래기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미국 방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행보를 겨냥해 조용하지만 묵직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CNN 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찰스 3세 국왕은 이날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동맹의 중요성 등 서구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로 비판받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대조를 이루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찰스 3세 국왕의 발언은 평소 말을 아끼고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영국 왕실의 관례에 비춰볼 때 놀랍도록 직설적이었다고 CNN은 짚었다.
찰스 3세 국왕은 연설 중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비판하거나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말은 건국 이래 늘 무게와 의미를 담아왔다"며 "이 위대한 나라의 행동은 그(말)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해 미국의 국제적 책임감을 촉구했다.
특히 찰스 3세 국왕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방어 지원을 호소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사기'라고 치부해온 기후변화 대응을 염두에 둔 듯 "자연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외교 노선과 환경 정책에 대한 뼈 있는 조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메리칸 대학교의 개릿 마틴 교수는 "마치 왕이 대통령에게 '왕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처럼 들릴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찰스 3세 국왕의 발언은 최근 영국의 이란 전쟁 참여 거부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복원하려는 외교적 노력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의 거부에 분노하며 남대서양에 있는 영국령 섬인 포클랜드 제도에 대한 영국의 주권 지지 철회까지 시사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찰스 3세 국왕은 "친구 사이에도 영원한 유대감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이견을 보일 수 있다"며 "우리가 항상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아마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재치 있는 표현으로 긴장 완화를 시도했다.
찰스 3세 국왕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한 영국 잠수함 '트럼프호'에 걸려있던 종을 선물하며 "필요하면 언제든 종을 울려달라"는 농담을 건넸다.
하지만 행사의 이면에는 묘한 역사적 아이러니가 흘렀다고 CNN은 지적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776년 영국 국왕이던 조지 3세의 후손이 미국 독립 250주년을 앞두고 미국 의회에서 민주적 책임감을 강조하는 사이 백악관은 두 사람이 나란히 선 사진에 '두 왕'(two kings)이라는 문구를 달아 올리며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찰스 3세 국왕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인용해 "세상은 우리가 하는 말에 별로 주목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하는 행동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역사에 남길 발자취에 대해 여운을 남겼다고 CNN은 전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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