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속 위안화, 국제통화 부상?…"中, 통화통제권 포기않을것"
유럽싱크탱크 前소장 "中지도부, 통화가치의 자유로운 변동 허용치 않을 것"
"글로벌통화되려면 가치가 세계적으로 결정되는것 용인해야"…투자자 신뢰확보도 관건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미국·이란 전쟁과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속에 중국 위안화의 위상이 미국 달러화를 위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나 중국 지도부가 자본 개방과 통화 가치 변동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므로 '국제 통화' 통용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유럽 전문가가 분석했다.
2000∼2020년 싱크탱크 유럽정책연구센터(CEPS) 소장을 지낸 다니엘 그로스 보코니대 유럽정책연구소장은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국제 통화가 되려면 그 통화는 매우 깊고 유동성 높은 금융 시장이 필요하다"며 "유로는 보다 은행 중심적 체계를 갖고 있어서 그런 조건을 갖추지 못했는데, 중국 역시 은행 중심적 체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스 소장은 "게다가 자국 통화를 국제 통화로 만들고 싶다면 자본 계정을 개방해야 한다. 이는 자국 통화 가치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다는 의미고, 글로벌 통화가 되려면 그 가치가 세계적으로 결정되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며 "위안화가 국제 통화가 돼 더 강해진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중국 지도부가 통화 가치의 자유로운 변동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금융 시장이 외국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은행 중심적 성격에서 벗어나 '미국 스타일'의 증권 시장과 유사해진다면 위안화가 더 강해지겠지만, 중국에 위안화 통화 통제권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지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설명이다.
그로스 소장은 "또 다른 핵심은 투자자의 신뢰"라며 "남미, 아프리카, 또는 그 밖의 지역에서 중국 채권을 매수하는 외국인 투자자는 설령 어느 장관이 대만 등 문제로 터무니없는 발언을 하더라도 (중국에서) 자신의 투자가 보호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라고도 짚었다.
이란은 이번 미국과의 전쟁 발발 이후 세계적인 에너지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통행료'를 징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란이 이달 초 중국 위안화나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일각에선 미국의 세계 패권을 뒷받침해온 '페트로 달러'의 위상이 약화하고 위안화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그로스 소장은 유럽연합(EU)과 중국의 정치·경제적 마찰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로스 소장은 "중국은 과거 유럽이 주도했던 여러 중간 기술(medium-tech)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며 "유럽의 정책 결정권자들은 이것이 보조금 때문이라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중국의 매우 높은 저축률과 인적 자본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고려하면 중국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인들이 이것에 관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보면 EU와 중국은 세계 무역 질서를 개방적으로 유지하는 데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만, 나는 그렇다고 해서 더욱 우호적인 관계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로스 소장은 유럽에서 중국이 주요 경쟁자로 인식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등 '불씨'가 살아있다며 "정치적 분위기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고, 긴장을 통제하고 무역 차질을 되도록 줄이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덧붙였다.
x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