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사건' 백악관출입기자협회 만찬, 트럼프와 별난 인연

입력 2026-04-26 16:21
수정 2026-04-26 16:36
'총격사건' 백악관출입기자협회 만찬, 트럼프와 별난 인연

100년여 전통…1924년 쿨리지 시작으로 역대 대통령 모두 1회이상 참석

트럼프, 과거 자신 겨냥한 오바마 '독설 개그'에 당혹스러운 순간 맞기도

대통령 자격으로 처음 참석한 올해 행사…결국 하이라이트인 연설은 불발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상황에서 무장 괴한의 행사장 진입 시도와 총격으로 얼룩진 백악관출입기자협회(The White House Correspondents' Association·WHCA) 만찬은 미국의 수정헌법 1조에 명기된 '표현의 자유'를 되새기고 기념하는 유서 깊은 행사다.

1914년 설립된 WHCA는 1921년부터 연례 만찬을 개최해왔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언론 관련 장학금을 지원하는 행사를 겸하는데, 언론뿐 아니라 정·관계와 대중문화계 인사들까지 대거 참석하는 흔치 않은 행사로 자리 잡았다.

1924년 제30대 캘빈 쿨리지 대통령을 시작으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45, 47대)까지 모든 미국 대통령이 한차례 이상 이 행사에 참석하면서 대통령의 대언론 관계에서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연설이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자학 개그와 '선을 넘나드는' 풍자 등이 WHCA 만찬 대통령 연설의 전통처럼 됐다.

이날 대통령 자격으로 처음 이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WHCA 만찬과 별난 인연을 맺은 대통령으로 훗날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WHCA 만찬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혹스러운 기억을 안겼다.

2011년 행사 때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자신의 해외 출생 의혹을 제기한 트럼프를 향해 하와이 출생기록이 공개된 사실을 거듭 알린 뒤 "트럼프는 이제 달 착륙이 조작됐는지, 로스웰(UFO 추락설이 돈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조롱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대권 출마설을 거론하며 행사장 내에 '트럼프 백악관 리조트·콘도'라고 쓰인 백악관 모양의 호텔 합성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현장에서 연설을 듣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널리 공유됐다.

그리고 2015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대권 도전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가 접은 이력이 있는 트럼프를 향해 "어, 아직도 여기 있네"라고 비꼬았다.

자존심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앞에서 '망신'을 당한 이런 기억들은 그가 대통령에 도전하기로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설이 설득력 있게 제기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4년 내내 WHCA 만찬에 불참한 데 이어, 2기 첫해인 작년에도 불참한 배경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 연설과 관련한 기억, 대체로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기성 언론(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불신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대통령 자격으로 처음 WHCA 만찬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그의 연설 메시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결국 행사에 참석하고도 괴한의 총격 사건 때문에 준비한 연설을 하지 못한 채 백악관으로 돌아가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이내에 다시 일정을 잡아 출입기자단 만찬을 열 예정이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지만, 행사 주최측이 백악관이 아닌 WHCA인데다,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 2천∼3천명 규모의 행사를 1개월 안에 다시 개최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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