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이 AI기술 도둑질"…내달 트럼프·시진핑 회동 쟁점되나
백악관, 회담 앞두고 中기업의 'AI 증류 공격' 공개 문제 제기
의회도 中 견제…하원 외교위서 '동맹과 수출통제 공조' 법안 처리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달 예정된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탈취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 이 사안이 회담에서 다뤄질지 주목된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23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주로 중국에 소재한 외국 기업들이 미국의 첨단 AI 기술을 훔치기 위해 대규모 증류(distillation) 캠페인을 벌인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증류는 성능이 더 우수한 상위 모델에 질문을 수천번 입력해서 나온 답변을 새로운 AI 모델의 학습 자료로 활용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을 쓰면 더 작은 비용으로 상위 모델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춘 하위 모델을 만들 수 있어 AI 업계에서 종종 활용하지만, 악용될 수도 있다.
특히 경쟁사의 모델에 허가 없이 증류 기술을 활용하면 경쟁사가 많은 돈을 들여 힘들게 만든 기술을 사실상 훔치는 행위라는 게 미국 AI 업계의 시각이다.
중국 업체들은 증류 사실을 숨기려고 수만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미국 기업의 상위 모델에 접근했고, 이른바 '탈옥'(jailbreaking)이라는 해킹 기법으로 AI의 안전장치를 우회했다고 크라치오스 실장은 주장했다.
중국의 이런 행위는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서 쟁점이 될 수도 있다.
AI를 비롯한 첨단기술 경쟁은 미중 간에 수년째 계속된 갈등 현안이다.
미국은 AI가 중국과의 전략 경쟁 판도를 좌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아직 미국이 우위에 있는 AI 기술에서 중국의 추격을 저지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중국이 미국의 AI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도록 광범위한 수출통제 정책을 시행했으며 특히 AI 개발에 필요한 첨단반도체와 그런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을 엄격히 제한해왔다.
이런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지난 14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행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기조에 대해 연설하면서 "특히 중국은 지정학적 라이벌이자 기술적 경쟁자로 성장했다"며 "우리는 양국 간 평화를 원하며 그 평화는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경쟁자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수출통제를 중국과의 협상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카드'로 취급하는 등 일관성이 없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다.
일례로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9월 29일 화웨이처럼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이 자회사를 통해 미국 기술을 우회 수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새로운 수출통제 규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이 이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희토류 수출통제로 반격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이 조치를 1년간 유예하기로 작년 10월 중국과 합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판매액의 25%를 받는 조건으로 그동안 금지해온 엔비디아 AI칩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통제가 자국 발전을 옥죈다고 여겨 강하게 반발해왔으며 다음 달 정상회담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주미중국대사관은 크라치오스 실장의 발언에 대해 "완전히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발전은 자체적인 헌신과 노력, 그리고 상호 호혜적인 국제 협력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중국 수출통제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이를 우려한 미국 의회는 입법을 통해 수출통제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하원 외교위원회는 지난 22일 AI 기술 수출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MATCH'(Multilateral Alignment of Technology Controls on Hardware) 법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 법안은 행정부가 중국 같은 적대국이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와 부품을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으로부터 조달하지 못하도록 수출을 통제할 핵심 장비와 시설을 식별한 뒤 동맹국도 유사한 수출통제를 도입하도록 외교적으로 설득할 것을 주문한다.
이 법안이 제정될 경우 미국은 한국과 일본같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동맹에 중국을 겨냥한 수출통제를 강화하라고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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