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F-16기 도입 놓고 '시끌'…국방·외교장관 사임
"차기 정부가 담당해야" vs "계약 파기는 대외 이미지 훼손"
미 정부도 "모든 수단 동원하겠다" 압박하자 임시대통령 한발 후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미국산 전투기 F-16의 도입 여부를 놓고 페루 정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호세 발카사르 임시대통령이 도입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기겠다고 밝히자, 이에 반발한 국방·외무 장관이 동반 사퇴하며 정국이 요동치면서다.
23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레푸블리카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발카사르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임시 정부가 막대한 예산이 드는 결정을 확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사업 유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17일 예정됐던 F-16 도입 서명식에도 불참했다.
페루는 공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F-16 24기 도입을 추진해왔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9월 34억2천만 달러(약 5조50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을 승인했으며, 이에 따라 1차 도입분 12기가 2029년부터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었다.
임시대통령의 돌발 행보에 계약을 추진해온 카를로스 디아스 국방장관과 우고 데 젤라 외무장관이 22일 전격 사퇴했다. 이들은 사직서를 통해 "이미 미국과 합의된 전략적 결정을 뒤집는 건 페루의 국제적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미국 측도 강력 반발했다. 버니 나바로 주페루 미국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신의 없이 협상하는 당사자들에게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이런 이례적 압박은 자국 방산 산업 보호와 더불어 페루 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 국가 중 하나인 페루가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자, 미국이 F-16 판매라는 '안보 카드'로 페루를 다시 미국의 영향권으로 묶어두려 한다는 분석이다.
주요 장관들의 사퇴로 내각이 붕괴 위험에 처하고, 미국 정부까지 경고하고 나서자, 발카사르 임시대통령이 한발 물러났다. 페루는 F-16기 도입을 위한 1차 할부금 4억6천200만달러(약 6천900억원)를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사에 22일 밤늦게 입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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