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파키스탄 최대 모스크도 문 닫았다…미·이란 협상 임박
타지역서 이슬라마바드행 단체 이동 통제…도로 차단선도 확대
(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지난 20일 오후(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이슬람 사원인 '파이살 모스크' 진입로에는 평소 볼 수 없었던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경찰 검문소'라고 쓴 영어 팻말도 편도 3차로 도로 한 가운데를 차지했다.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서 가장 큰 사원인 이곳은 중앙 예배당과 야외 공간을 합쳐 10만명이 한꺼번에 예배할 수 있는 규모다.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닌 파키스탄의 국가 정체성과 현대 이슬람 건축을 상징하는 장소로 꼽힌다.
파키스탄에서 10년 넘게 가이드 일을 한 한국인 배모(54)씨는 "이 모스크는 종교 시설이어서 1년 내내 문을 닫지 않는다"며 "이슬라마바드에서 큰 시위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폐쇄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입구 진입로가 막힌 탓에 우회도로를 이용해 파이살 모스크 입구 쪽으로 더 가까이 가자 옆쪽에서 이어지는 잔디밭 출입로는 막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모스크 앞 잔디 광장 바로 앞에도 철조망이 둘러쳐졌고, 소총을 든 군인 2명은 눈에서 레이저를 쏴댔다.
"외국인인데 잠깐 구경하러 왔다"고 하자 예상과 달리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3분 정도 걸었더니 나온 모스크 출입구도 굳게 닫혀 있었지만, 기자의 반복된 말에 시설 관리 직원은 "잠깐만 보고 나오라"며 허락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중앙 예배당에서 파키스탄 경찰관들이 쉬고 있었다. 빨래가 곳곳에 널려 있고 바닥에 깔린 이불 위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는 경찰관들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파키스탄 경찰관은 "지난 주말부터 여기서 쉬면서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며 "미국 대표단이 곧 입국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페샤와르에서 가족과 함께 이슬라마바드를 찾은 빌랄(28)은 모스크에 들어가지 못한 채 입구에서 서성였다.
그는 "미국과 이란의 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모스크까지 문을 닫을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투덜댔다.
이어 "아침에 페샤와르에서 출발해서 이슬라마바드에 오기까지 도로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돼 있었다"며 "단체로 이동하는 승합차는 대중교통으로 보고 통제했다"고 덧붙였다.
이슬라마바드 렌터카 업체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하비브(40)도 "최근 승객 10여명이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스와트에 놀러 갔다가 빌린 승합차 위에 실린 짐을 본 경찰에 잡혀서 뿔뿔이 다른 소형차를 찾아 타고 이슬라마바드로 돌아왔다"며 "지금 승합차는 다 운행을 못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회담이 임박하면서 파키스탄 정부의 이슬라마바드 보안 태세도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주요 정부 기관이 모여 있는 '레드존'(red zone·적색구역)만 통제하는 등 1차 종전 회담 직전보다는 다소 느슨했으나 이제는 레드존에서 차로 15∼20분가량 떨어진 도로까지 차단선이 확장됐다.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서 시내 중심가인 '블루구역'(Blue Area·청색구역)을 거쳐 레드존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에는 1차 종전 회담 직전 때처럼 바리케이드가 처졌고 소총을 무장한 특수부대 요원들이 배치된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보통 외국 정상을 비롯한 고위 인사가 비행편으로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 도로를 이용해 총리 관저가 있는 레드존까지 이동한다.
중재국 파키스탄 정부가 최근 연이어 강도 높은 보안 조치를 하면서 현지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2차 협상이 곧 열릴 것 같다는 분위기다.
다만 미국 협상 대표단은 21일(현지시간) 파키스탄으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란은 여전히 협상 참석을 확답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파키스탄 정부가 2차 종전 회담을 성사하기 위해 막바지 중재를 하고 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 7일 파키스탄이 제안한 '2주 휴전안'을 수용한 뒤 이슬라마바드에서 1차 종전 회담을 했으나 결렬된 바 있다. 휴전은 8일부터 시작돼 마감 시한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는 22일(이란 현지시간 기준 23일)이다.
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