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과징금, 이달 내 결론 난망…잇단 패소에 신중모드
두나무·박정림 전 KB證 사장 등 줄패소…금융위, 제재수위 결정 부담
1조원대 과징금 수천억원대로 감경 관측도…은행권 줄소송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은행권의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관련 최종 과징금이 이달 안에 확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엄중 제재를 통한 소비자 보호와 금융권의 협력이 필요한 생산적 금융 정책기조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데 고심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 금융사들이 제기한 징계 불복 소송에서 당국이 연이어 패소한 점도 장고의 배경으로 꼽힌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의 ELS 제재 안건을 오는 29일 정례회의에 상정할지를 논의 중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다양한 법리적 쟁점을 검토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할 부분이 있다"면서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당국이 이달 중 최종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달 중 금융위 정례회의는 오는 29일 한 차례 남았다.
당국 고민의 핵심은 과징금 감경 폭이다.
애초 금융감독원의 최초 산정 과징금은 약 4조원이었다. 이후 논의 과정에서 절반인 약 2조원으로 감경해 지난해 11월 은행권에 사전 통보했다. 올해 2월에는 이보다 더 낮춘 1조4천억원의 과징금 제재안을 의결해 금융위로 공을 넘겼다.
지난해 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따르면 금융위는 업계의 피해 구제 노력을 감안해 과징금을 최대 75%까지 감경할 수 있다.
금융위의 고심이 길어지는 데는 최근 잇단 패소도 영향을 준 걸로 보인다.
최근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두나무가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3개월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한 데 이어, 라임사태로 중징계 받은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의 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금융위가 패소했다.
한 당국 관계자는 "금융위가 연이은 패소로 애초 제재가 무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합리적 제재 수위를 찾는 데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액의 과징금 부과로 금융사 자본 여력이 감소하면, 민간 금융이 참여하는 현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런 배경 속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재의 1조4천억원에서 최소 30% 이상은 감경해 수천억원대 수준까지 대폭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2021년 금소법 제정 이후 첫 조 단위 과징금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향후 대규모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당국이 마냥 큰 폭으로 감경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처럼 금융위의 정무적 판단 부담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애초 과도한 수준의 과징금 제재안을 넘겨와 금융위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일단 금융위는 최근 자본규제 개편을 통해 제재 대상인 은행이 자본 규제상 불이익을 받는 기간을 10년에서 3년까지로 단축해놨다.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일정 요건을 갖춰오면 해당 금융사고를 자본비율상 운영리스크로 3년 이상 인식한 뒤에 산출에서 제외해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현재 1조원대인 과징금 수준이 수천억원대로 감경되더라도 주주에 대한 배임 소지를 명분으로 줄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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