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GN 젠 시슨 대표 "자본시장 개혁 과제는 시행력·책임성 확보"

입력 2026-04-15 07:03
ICGN 젠 시슨 대표 "자본시장 개혁 과제는 시행력·책임성 확보"

"韓증시, 개혁의 시기에 있어…형식적 준수 부를 과도한 규제는 경계해야"

"법적 기반 갖춘 만큼 기업 의지 중요…이사회의 정책 이해·전략적 실행이 핵심"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한국의 자본시장 개혁의 주요 과제는 시행력과 책임성 확보입니다."

젠 시슨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 대표이사가 국내 자본시장에 대해 건넨 조언이다.

시슨 대표는 한국거래소와 공동으로 14일 개최한 'ICGN 코리아 콘퍼런스 2026' 참석차 방한했다. 행사에서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와 스튜어드십 코드, 글로벌 동향 등을 주제로 한 발표와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그는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의 자본시장 개혁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과거 오랜 기간 박스권에 머물던 코스피가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요한 개혁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정책의 실효성이 확보돼야 시장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법과 제도를 넘어 기업과 이사회의 실제 실행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뜻이다.

또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확히 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면서도 여전히 투명성이 부족한 영역이 존재하는 만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ICGN은 기업지배구조 및 스튜어드십의 발전을 위해 1995년 런던에서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로,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주요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아래는 시슨 대표와의 일문일답.

-- 콘퍼런스 초청 인원과 패널 섭외가 굉장하다.

▲ 설립 30년이 넘은 ICGN은 전 세계 기관투자자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강력한 소집력을 갖고 있다. 모든 대륙에 회원이 있으며 행사에는 영국·미국·호주·싱가포르·홍콩·일본·한국·뉴질랜드 등 8개국에서 약 300명이 참석했다. 글로벌 주주총회 시즌과 맞물린 상황에서도 이 정도 규모가 모여 기쁘다.

-- 현재 시장이 주목하는 것 중 하나인 한국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과 부정행위 단속 강화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 한국의 자본시장 개혁은 지난 12개월간 매우 인상적인 진전을 이뤘다. 정부, 정책 입안자, 규제 기관, 거래소 모두의 확고한 의지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앞으로는 시행력(enforcement)과 책임성(accountability) 확보가 핵심이다. 기업들이 개혁을 실제로 실천하고 관련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적 명확성과 집행 가능성이 뒷받침돼야 시장 신뢰가 형성된다. 국제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적절한 시행력이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형식적인 절차(box-ticking)에 그치지 않도록 과도한 규제는 경계해야 한다. 변화기에는 적절한 규제 강도와 유연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시스템 전반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은 자본시장 개혁을 잘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나.

▲ 자본은 글로벌하지만 규제는 지역별로 다르다. 이를 조율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ICGN은 벤치마킹이 가능한 글로벌 기준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이 이사의 신임의무(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확히 한 것은 훌륭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전히 투명성이 부족한 영역이 있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성 기준 도입 등에 대한 법적 체계가 필요하다. 개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결국 기업 지배구조에 달려 있다. 법규는 규칙이지만, 지배구조는 실제 의사결정 과정이다. 이사회가 어떻게 판단하고 실행하느냐가 핵심이다. 좋은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이라면 소송(litigation)은 최소화될 수 있다. 다만 현실에서는 법적 구제와 권리 행사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재는 이사회가 개혁의 취지를 실제로 실천하도록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 작년 코스피의 반도체 중심 상승 이후 국내 증시의 향방과 지배구조 과제는.

▲ 한국 증시는 큰 변화가 없던 시기를 지나 상당히 중요한 개혁의 시기에 있다. 법률 개정과 밸류업 프로그램의 초점 변화가 있었고 이에 많은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디스카운트'(할인) 폭이 줄어들었다. 이제는 이런 변화가 얼마나 잘 실행되느냐에 달려 있다. 강조하건대 지배구조 프레임워크 자체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기업과 이사회가 실제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핵심은 내재화(embedding)다. 이사회 독립성 확보, 장기 투자 의사결정 역량, 투명한 보고 체계, 투자자와의 장기적 소통 등이 뒷받침돼야 장기 성장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 한국은 이를 위한 기반이 훨씬 더 튼튼해졌다고 생각한다

-- 결국 실행 여부가 핵심이라는 의미인가.

▲ 그렇다. 기업 가치의 판단 기준 중 하나는 기업 성과다. 지배구조 디스카운트가 해소된 이후에는 신뢰와 참여 구조를 구축해야 하며 이후 성과는 개별 기업의 실행에 달려 있다.

-- 자사주 의무 소각 정책을 어떻게 보나. 살펴야 할 세부적인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 중요한 건 건전한 자본 배분이다. 비생산적인 자본을 쌓아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현금을 자사주로 보유하는 게 아니라 투자·인수·인재 육성·주주환원 등 어떤 방식이든 가치 중심으로 자본을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 가치 창출 여부가 갈릴 것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각 기업 이사회의 판단에 달려 있다. ICGN은 방향성은 제시하지만, 세부 의사결정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우린 자사주 소각을 포함해 자본 배분과 자본 효율성에 대한 집중을 높이는 방향을 적극 지지한다.

-- 그렇다면 기업에서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적용되고 법 집행이 이루어지도록 보장하기 위해 어떤 조건이 중요한가.

▲ 지배구조와 집행은 별개의 문제다. 지배구조에 있어서는 적절한 기술과 지식, 이해력을 갖춘 이사진이 구성돼 있는지와 이사회가 전략적 의사결정을 제대로 감독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반면 집행은 실패를 식별하고 이를 교정하는 과정이다.

지배구조 개선은 어디서든 지속적인 여정이다. 영국이나 미국, 유럽, 호주 같은 곳에서도 지배구조 코드 또는 보고 체계 등에 대한 변화는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실행하고 구조화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은 하나의 과정이다. 시간이 걸리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된다. 필요한 것은 올바른 '의지'다. 기업은 변화가 왜 필요한지 이해하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투자자들은 이번 변화를 가치 창출의 기회로 보고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들도 이 부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기업이 자본시장 개혁 정책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will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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