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던 이 빠졌다…오르반 퇴장에 EU '반색'

입력 2026-04-13 18:42
앓던 이 빠졌다…오르반 퇴장에 EU '반색'

EU 수장, 오르반 패배 인정 직후 득달같이 환영 메시지

우크라 대출지원 등 멈춰섰던 현안에 돌파구 기대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정책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으며 유럽의 단결을 해치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16년 만에 실권하자 EU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오르반 총리가 총선 패배를 인정한 지 단 17분 만에 소셜미디어에 "헝가리는 유럽을 선택했다. 한 나라가 유럽으로의 길을 되찾았다. EU는 더 강해질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2019년부터 EU를 이끄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 오르반 총리의 실각은 '앓던 이'가 빠진 격이나 마찬가지라 헝가리 총선 결과가 사실상 확정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환영 메시지를 올렸다고 폴리티코 등 외신은 짚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야심차게 밀어붙인 정책에 번번이 딴지를 놓으며 좌절감을 안긴 오르반 총리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EU 때리기'를 최우선 선거 전략으로 삼았다. 그가 이끄는 정당 피데스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등장시킨 비판 광고까지 제작해 EU 공격에 열을 올릴 정도였다.

헝가리 총선에 혹여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경계하며 오르반 총리를 향한 비판을 최대한 자제한 채 초조하게 결과를 지켜보던 다른 유럽 지도자들도 오르반 총리의 실각이 확정되자 안도하며 축하 메시지를 쏟아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오늘은 유럽이 승리했고, 유럽의 가치가 승리했다"고 말했고,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헝가리, 폴란드, 유럽이 다시 함께한다! 러시아인들은 집에 가라"고 적었다. 동시에 유럽에는 친화적이고, 러시아에는 비판적인 머저르 페테르 티서당 대표의 승리를 반겼다.

EU는 오르반 총리의 퇴장으로 그동안 헝가리의 반대로 진척이 되지 못하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900억 유로(152조원) 대출 지원, 러시아 추가 제재,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등의 핵심 현안에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티서당이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 138석을 확보해 정치·사회 시스템 개혁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 만큼 그동안 EU가 헝가리에 요구해온 사법 개혁, 부패 척결 등에서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EU가 향후 단일대오로 외부 압박에 기민한 대응을 모색할 길이 열리게 된 것은 헝가리 정권 교체의 빼놓을 수 없는 효과로 꼽힌다.

유럽은 세계 2강 미국의 압박과 중국과의 경쟁 격화 속에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다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까지 대응해야 해 어느 때보다 단결이 절실한 시점이다.

헝가리 헌법은 총선 후 30일 이내 새 의회 소집을 규정하고 있어 오는 21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외교이사회, 23∼24일 키프로스 니코시아에서 열리는 비공식 EU 정상회의까진 오르반 정부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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