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세계국채지수 편입 시작…흔들리는 채권시장 구원투수될까
8개월간 70조∼90조원 자금 단계적 유입 전망…"20∼30bp 금리 안정 효과 기대"
선유입·운용자산 감소·투심 위축 등은 변수…정부 안정화 조치 통할까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다음 달부터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시작되면서 중동 사태로 한껏 위축된 채권시장에 숨통을 틔워줄지 주목된다.
WGBI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가 추종하는 세계 3대 채권지수로 상당한 해외 자금의 자동 유입이 기대되는 만큼 금리 변동성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WGBI 편입은 오는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단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WGBI는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관리하는 선진 채권지수다.
국채 발행 잔액, 신용등급, 시장 접근성 세 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하는 등 기준이 까다로워 WGBI에 편입되면 '선진 국채클럽'으로 꼽힌다.
WGBI 추종 자금은 2조5천억∼3조달러로 추정되며 한국의 WGBI 예상 편입 비중은 2.08%(전체 편입 국가 중 9번째로 큰 규모)다.
시장에서는 WGBI 편입으로 약 70조∼90조원 규모의 자금이 한국 국채 시장에 자동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올해 225조7천억원 규모의 국고채 발행 압력이 수급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물량을 일정 부분 흡수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수요 증가에 따라 금리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국고채 금리는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 방향성을 그대로 따라가며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3일 3.617%를 기록하면서 연중 고점을 찍었다. 이는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 3.041%에 비해 57.6bp(1bp=0.01%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중동 전쟁 격화와 매파적 성향으로 알려진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의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명 소식이 알려진 데 따른 영향이다.
김찬희·고다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추종 자금 유입 자체로 금리 방향성을 좌우할 수는 없겠지만 2∼3분기 중 20∼30bp의 금리 안정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금리 인상 경계가 지속될 경우 금리 상단을 제어해주는 완충 역할을,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한 긴축 경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단기 금리 되돌림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대략 20∼30bp 내외에서 시중금리를 안정시킬 것"으로 판단했다.
자금 유입이 어느 정도 '선반영' 됐는지는 변수다.
WGBI 실편입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이 유입됐던 사례로 비춰볼 때 추종 자금이 상당 부분 선유입됐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그 가능성을 작게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성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139조6천억원 외국인 순매수로 2024년 63조5천억원 대비 76조원의 추가 매수가 있었고, 만기 상환을 제외한 순투자 규모로는 45조9천억원 순증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이미 상당 수준 선행 매수로 간주하고 추가 유입 규모를 보수적으로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하지 않나 판단한다"고 전했다.
김찬희·고다영 연구원은 "70조∼86조원의 예상 편입 규모 중 10조원가량이 선유입됐다고 가정할 경우 월평균 7조5천억∼9조5천억원 규모가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WGBI 내 한국의 비중이 0%였던 만큼 WGBI 자금은 유입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오히려 WGBI 편입을 앞두고 환율과 국채 결제 관련 제도를 개선한 점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입된 것"으로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중동 사태로 인플레이션 경계심이 커지고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WGBI 편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의구심도 나온다.
임재균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상승과 머니무브로 인해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의 운용자산(AUM)이 감소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이 경우 한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는 더 축소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가 내주 WGBI 편입을 앞두고 채권시장 안정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부는 5년 만에 추경을 통한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채 순상환을 추진하는 한편 5조원 규모의 국채 긴급 바이백을 실시한다.
아울러 WGBI 추종 자금 유입 기간인 4∼11월간 수시로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해 자금 유입 상황을 점검하고, 유입 촉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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