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한달] 초대형 변수에 요동친 금융시장…"장기화시 타격 점증"

입력 2026-03-26 07:01
수정 2026-03-26 08:13
[미·이란 전쟁 한달] 초대형 변수에 요동친 금융시장…"장기화시 타격 점증"

전쟁 발발 직후 한때 5,000선마저 위협…낙폭 줄였지만 최고점까지 여전히 먼길

이달 들어 코스피 사이드카 7번·서킷브레이커 2번…"종전하더라도 회복 지연 우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국내 증시는 지난달 말 사상 첫 '6천피'(코스피 6,000포인트) 축포를 쏘아올린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라는 커다란 암초를 맞닥뜨렸다.

중동지역 정세 불안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은 국제유가의 변동성을 키우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산업과 증시를 뒤흔들었다.

전쟁 발발 직후 5,000선마저 위협받았던 코스피는 지난 25일 5,642.21에 거래를 마감하며 낙폭을 어느 정도 줄였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점인 6,307.27(종가 기준)까지는 갈 길이 멀다.



◇ 정점에서 전쟁 '암초' 만난 코스피…이틀에 1번꼴 사이드카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전쟁이 발발한 후 첫 거래일인 지난 3일 코스피는 7.24% 급락하며 지난달 26일 6,244.13에서 5,791.91로 452.22포인트나 내줬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도 한 달 만에 발동됐다.

다음날인 4일 상황은 더 나빠졌다.

코스피는 가파르게 하락해 장중 5,059.45까지 밀렸고, 종가는 전날보다 12.06% 폭락한 5,093.54였다.

코스피 낙폭과 하락률은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공포지수'라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사상 최고치인 80.37까지 올랐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동시에 8% 넘게 폭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두 시장의 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반면, 5일에는 원유 시장이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됨에 따라 코스피가 9.63% 급등하며 장중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이후에도 전쟁의 흐름과 유가 향방,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우리 증시는 울고 웃었다.

9일에는 국제 유가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모두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하자 또다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장 초반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오전 10시 31분께에는 지수가 전장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로 1분간 지속되자 서킷브레이커마저 발동됐다.

한 달에 두 차례 이상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이후 10일과 18일에는 매수 사이드카, 23일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각각 발동됐다.

지난 3일부터 23일까지 15거래일간 7번, 즉 이틀에 한 번꼴로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이다.



◇ 이달 낙폭 세계 3위…"장기화 시 종전 후 회복도 느려질 것"

국내 증시는 지난해와 연초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던 만큼이나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낙폭 또한 컸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3∼25일 세계 주요 주가지수 하락률(한국시간 25일 오후 5시 기준)은 한국 코스피가 9.64%로 베트남(-10.18%), 인도네시아(-9.84%)에 이은 3위였다.

코스피 하락률은 일본 닛케이(-7.42%), 중국 상하이종합(-6.00%), 중국 선전종합(-5.85%), 대만(-4.72%) 등 주요 아시아 주가지수의 하락률을 크게 웃돌았다.

원유 의존도가 높아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원자재 상승 부담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또 고공행진하는 환율은 수출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여기에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든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소가 됐다.

투자자별로 보면 지난 3∼25일 외국인이 누적 23조5천435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달 순매도액은 이미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

인 지난달 월간 순매도액(21조730억원)을 넘어섰고, 이대로 가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 역시 3조4천113억원 매도 우위였고, 개인만 24조9천152억원 '사자'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간으로 24일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란에 종전을 위해 15개 항으로 이뤄진 계획을 보도했다.

이에 휴전 가능성도 제기되나 아직 전쟁의 향방은 미궁 속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증시에 가해지는 하방 압력은 점점 더 세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국제유가가 곧바로 안정될지는 불확실하다"면서 "전쟁이 길어져 에너지 공급망이 복합적으로 훼손된다면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리스크로 인해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들어가 비용·금리가 상승해 이익 추정치가 하향되고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멀티플(배수)이 축소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는 여러 시나리오의 일부이고, 미국과 이란 모두 전쟁 장기화의 실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에 협상이 언급되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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