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격화에 코스피 '검은 월요일'…5% 급락 5,500선 내줘
금리·유가·환율 '삼중고'에 외국인 대거 '팔자'
"증시 변동성 확대 불가피" vs "과도한 공포 장기화하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중동 전쟁의 충격이 시장을 휩쓸며 23일 코스피가 5% 가까이 급락 중이다.
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 미국 금리 인상 우려까지 맞물린 '삼중 악재'가 외국인의 투매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10시 52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283.43포인트(4.90%) 내린 5,497.77을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전장 대비 201.05포인트(3.48%) 내린 5,580.15로 출발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급락장에 개장 직후에는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에 일제히 하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란에 48시간 이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를 공격해 '초토화'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이란은 미국의 위협이 실행될 경우 발전소 재건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고 맞섰다.
양 측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97% 내렸으며,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1.51%, 2.01%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축소된 점도 매도세를 자극했다.
연준 내 '비둘기파'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한 방송에서 중동 갈등과 유가 상승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 기존의 금리 인하 입장을 접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게 됐다고 밝히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에 이날 국내 증시도 덩달아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유가 상승 우려가 투자 심리를 더욱 크게 짓누르는 분위기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이날 상승폭을 키워 100달러를 넘겼다. 한때 114.3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중동 긴장 격화로 안전 자산인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원/달러 환율이 1,510원을 넘은 점도 외국인의 매도세를 자극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4.3원 오른 1,504.9원에서 출발한 뒤 상승폭을 확대, 17년여만에 장중 1,510원을 넘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천650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리고 있으며, 기관도 1조9천789억원 '팔자'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개인 홀로 3조6천744억원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당분간 코스피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나 양국이 종전 조건을 두고 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현실적으로 극적인 타결은 군사적 충돌 확대 이후의 단계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코스피는 개전 직후 종가 기준 18.4%까지 하락했다가 낙관적 시나리오를 반영하며 13% 넘게 반등했다"며 "단기간 내 상당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되돌려진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지정학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타국 증시 대비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번 주 국내 증시의 고유 이벤트가 부재한 만큼 전쟁, 매크로(거시경제) 등 외생 변수에 대한 주가 민감도를 높게 가져가야 한다"며 "전쟁 뉴스 흐름이 미국 중앙은행 정책 전환 노이즈와 맞물리면서 증시의 단기 변동성을 주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전쟁으로 인한 증시 충격이 장기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역사적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면 중동 분쟁은 초기의 극심한 공포 심리가 정점에 달한 직후, 비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 출구를 모색하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선례는 이번 상태 역시 과도한 공포 매도가 장기화하지 않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1990년 걸프전 당시 다국적군 개입 직후 3개월 내 유가가 50% 이상 급락하며 글로벌 증시가 'V자' 반등을 기록했다"며 "2019년 호르무즈 유조선 공격 사태 역시 불과 2개월 만에 제한적 합의로 전환되며 에너지 섹터가 빠르게 회복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여전히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이 견조한 점도 증시 하방을 지지할 요인으로 꼽힌다.
이상연 신영증권[001720]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EPS(주당순이익) 추정치의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고 계속해서 상향 조정 중인 점은 긍정적"이라며 "어닝 시즌은 통상적으로 거시 변수에 의해 확대된 변동성이 기업 펀더멘털 중심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된 만큼, 시장의 관심은 점차 기업 실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도 "올해 1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 분기 대비 61% 증가한 132조원으로 실적 상향이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 시장은 추가 급락 가능성보다는 시장 지수 헤지가 가능한 수준에서 실적주 등 개별 종목 장세가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실적 개선 종목과 중동 전쟁 수혜주 중심의 투자가 유효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행 EPS 상승 및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되고 있는 운송, 철강, 유틸리티, 조선, 보험, 화장품 업종 등을 주목한다"며 "조선, 기계, 유틸리티, 운송, 철강 등은 중동 변수에 수혜주로 평가받는 업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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