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에너지난에 일부국가 '대기오염' 저품질 석유 부활
호주·필리핀, 연료 황 함량 기준 일시 낮춰 공급↑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중동 전쟁에 따른 세계적 석유·가스 공급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 연료 공급을 늘리기 위해 오염물질이 많아 이미 퇴출된 저품질 석유 제품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필리핀 에너지부는 22일(현지시간) 해운·발전 부문과 2015년식 이전 차량, 서민 교통수단인 지프니에 한해 유럽연합(EU)의 유로2 배기가스 기준에 맞는 휘발유·경유 등 연료 사용을 일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유로2 연료는 황 함량 기준이 500ppm으로 필리핀에서 2016년 사용이 의무화된 유로4 연료(50ppm)의 10배에 이른다.
석유에 황이 많을수록 오염물질인 황산화물(SOx)이 많이 배출돼 황이 적을수록 친환경·고품질 연료에 속한다.
에너지부는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문에 제한적인 유연성을 제공하면서 지속적이고 충분하며 접근 가능한 연료 공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또 유로2 연료를 공급하는 정유회사들에게 저장·운송·판매 시스템 전반에 걸쳐 현재의 유로4 연료와 분리해 관리할 것을 지시했다.
필리핀은 필요한 원유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다가 이번 전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전국의 지프니 운전사 수천 명이 유가 급등에 항의해 거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필리핀은 지난 9일부터 모든 정부 기관이 주4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또 지난주 미국이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원유·석유 제품 판매를 30일간 일시적으로 허용하자 필리핀은 5년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다.
앞서 지난 12일 호주도 연료의 황 함량 기준을 기존 10ppm에서 50ppm으로 향후 60일간 일시적으로 완화했다.
호주 정부는 이 조치로 사용 가능한 연료가 매달 1억L 늘어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압력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크리스 보언 호주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에 재분배된 공급량은 공급 부족 지역과 독립 유통업체·어업 종사자를 지원하는 도매 현물 시장에 우선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이번 추가 공급이 농민·어민·지역사회를 포함해 연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의 경우 다음 달부터 바이오에탄올이 10% 함유된 E10 휘발유를 사용하기로 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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