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전문가 신현송, 중동사태 속 물가·성장 다 잡아야

입력 2026-03-22 17:45
국제금융 전문가 신현송, 중동사태 속 물가·성장 다 잡아야

"공급충격 일시적이면 통화정책으로 대응 안 하는 게 교과서적…지속 여부 봐야"

금융위기 앞서 경고…'매파' 성향 추정

원화스테이블코인 도입 입장도 관심…"외환거래규정 무력화 지름길" 지적하기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22일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은 중동 사태로 세계적으로 물가는 뛰고 성장은 더뎌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한민국 통화정책 키를 넘겨받게 됐다.

신현송 후보자는 청문회 등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조만간 이창용 현 총재의 뒤를 잇게 된다. 신 후보자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세계적 석학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이 총재와 맥이 닿는다.

신 후보자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 물가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성장 둔화도 막아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한은 등에 따르면 신 후보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상주학자, 뉴욕 연방준비은행 금융자문위원,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 등을 거친 자타 공인 국제금융·거시경제 전문가다.

특히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국제경제보좌관으로 재직할 당시 외화자금의 무분별한 유입과 급속한 유출을 막기 위해 이른바 '거시건전성 제고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제도·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외환건전성 부담금)를 설계한 주인공이다.

당시 신 후보자는 이 조치가 자본자유화 규약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IMF를 설득했고, 결국 IMF도 이후 각국에 한국의 거시건전성 제고 조치를 참고하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그에 앞서 2005년 잭슨홀 미팅, 2006년 IMF 연차총회 등에서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8년)를 예측하고 경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반적으로 금융·경제 버블(거품) 등의 사전 예방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미뤄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BIS에 오래 몸담은 만큼 중앙은행 출신들과 전반적으로 시각이 비슷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국제 경제·금융을 통찰하고 분석하는데 뛰어나고 국제적 네트워크가 탄탄한 만큼,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예상되는 통화정책 '딜레마' 위기에 대응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한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유가가 계속 오르고 공급망 불안이 이어질 경우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우려해 금리 인하 사이클을 조기 종료하거나 서둘러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본 전망은 아니지만 이번 회의에서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일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인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도 20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으로는 중기 물가 전망이 악화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더 제약적 통화정책 기조가 필요해진다는 뜻"이라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지 않았지만, 이란 사태 장기화로 유가와 함께 수입 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뛸 경우 연내 기준금리를 올려 통화정책 기조를 기존 완화에서 긴축으로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이미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의 연내 금리 인상 사이클(주기) 시작을 점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로 한은이 올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 0.25%포인트씩 올려 연말 최종 금리가 연 3.0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물가만 잡기 위해 금리를 서둘러 올릴 경우 소비·투자가 위축되면서 반도체 등 수출 호조 덕에 2%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더구나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으로 반도체·자동차 등 제조업의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만큼 성장률 눈높이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신 후보자는 물가와 성장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묘안을 찾기 위해 금통위원들과 머리를 맞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 후보자는 지난 16일 BIS 기자간담회에서 중동 사태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과 관련한 질문에 "결국 이번 갈등이 얼마나 지속되느냐, 그리고 유가 상승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론적으로 본다면, 공급 측면의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통화 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Look-through)이 교과서적 사례다. 하지만 현재 나타나는 금리 상승과 중앙은행 경로에 대한 재평가는 아마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과 그 이후에 겪었던 인플레이션 경험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현재 정부·국회·업계 등에서 논의되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견지할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8월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발표에서 그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기존 외환거래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지름길"이라며 "블록체인을 통해 달러 표시 가상자산과 맞교환함으로써 자본 유출의 통로를 터주게 된다"고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비슷한 시점 발간된 BIS 연례 보고서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은 안정적 화폐의 역할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규제가 없어 금융 안정성과 통화 주권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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