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여천NCC, 여수 2·3공장 폐쇄…석유화학 '2호 재편'
여수산단,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 제출…범용 에틸렌 생산량 60% 감축
롯데·한화·DL 통합법인 설립해 리스크와 비용 분산…고부가 전환 박차
(세종·서울=연합뉴스) 이세원 신창용 기자 = 국내 최대 에틸렌 제조사인 여천NCC를 중심으로 전남 여수 석유화학 산업단지 기업들이 사업재편안을 확정했다.
여천NCC가 2·3공장을 폐쇄하고 남은 1공장을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과 합쳐 통합법인을 세우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공급과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범용 제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이번 재편안의 핵심이다.
사업 재편 1호 사례인 충남 대산산단에 이어 여수산단도 자구안을 마련함에 따라 정부는 마지막으로 남은 울산산단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 여천NCC 2공장 추가 폐쇄…중복 설비 줄이고 체질 바꾼다
산업통상부는 20일 여천NCC·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DL케미칼 4개사가 여수산단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지분 50%씩을 보유한 합작회사다. 롯데케미칼은 여수 산단 내에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중심으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여천NCC 1∼3공장 중 이미 가동이 중단된 3공장 외에 2공장을 추가 폐쇄하는 방안이 최종안에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생산량이 각각 91만5천t, 47만t에 달하는 여수 2·3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여천NCC 생산량은 기존 228만t에서 90만t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여천NCC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에틸렌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에틸렌 생산 설비를 합리화한 뒤 여천NCC는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과 합쳐 통합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이 통합법인이 똑같이 3분의 1씩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세 회사가 동등한 책임을 지고 사업 재편에 필요한 자금과 리스크를 나누기로 한 것이다.
여천NCC가 140만t에 달하는 에틸렌 설비 가동을 멈추기로 함에 따라 업계 자율로 결정한 감산량이 정부 감축 목표량(최대 370만t)을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대산산단에서도 롯데케미칼이 110만t 규모 공장 가동을 정지하고, HD현대오일과 합작 법인을 세우기로 합의한 바 있다.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 부문에서는 각 사의 경쟁력 있는 주력 사업을 신설법인에 통합한다.
DL케미칼의 PE(폴리에틸렌), 한화솔루션의 여수 PE·석유수지, 롯데케미칼의 기초소재 여수사업 부문 등이 대상이다.
통합법인은 이를 통해 의료용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자동차·전선용 기능성 POE(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한다.
이를 통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 공정위, 결합 사전심사 개시…산업부 "목표 달성 가능성 면밀히 심사"
여수산단 기업들의 구조개편안이 제출됨에 따라 정부 부처들도 본격적인 심사와 지원 절차에 돌입했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기업결합 사전 심사 신청서를 접수하고 심사를 개시했다.
사전심사는 기업결합을 추진하는 회사가 기업 결합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법정 신고 기간 이전에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하는 제도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 등이 결합하려면 공정위에 신고해 심사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기업 결합으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면 기업 결합을 승인해 신고를 수리한다.
반면 경쟁 제한 우려가 있으면 전원회의나 소회의 심의를 거쳐 기업결합을 금지하거나, 주식처분·자산 매각과 같은 구조적 조치 혹은 가격 인상 폭을 규제하는 등 영업 방식을 제한하는 행태적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공정위는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여수 지역 내 NCC와 합성수지 제품 등의 생산이 통합될 것으로 예상되고 나프타분해설비에서 생산된 기초유분과 합성수지 등 다운스트림 제품 간 수직계열화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이 석유화학산업의 전체 가치사슬과 인접 시장 및 중소기업 등 거래상대방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감안해 면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구조변경과 사업혁신 등 사업재편 요건을 갖췄는지, 그리고 생산성 향상과 재무 건전성 확보가 가능한지 등 목표 달성 여부를 꼼꼼히 따져볼 예정이다.
사업재편안이 최종 승인되면 정부는 파격적인 지원에 나선다.
세제지원, 상법 특례 등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의 기존 인센티브에 더해 대산 1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맞춤형 지원 패키지가 가동된다.
여기에는 금융·세제·연구개발(R&D)·원가절감·규제완화 등이 포함돼 이번 사업재편안의 성공적인 안착을 뒷받침하게 된다.
◇ 울산 산단만 남은 구조개편…김정관 "고부가 전환 계속 추진"
여수 산단이 최종안을 제출함에 따라 국내 3대 석유화학 클러스터 가운데 울산산단만이 구조개편안을 남겨두게 됐다.
대산산단은 지난해 12월 안을 제출했으며 산업부는 이를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1호 프로젝트'로 승인했다.
정부는 울산산단까지 구조 개편이 동시에 과감하게 추진될 때, 국내 석화 산업 전반의 경쟁력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과 중동의 원가 경쟁으로 글로벌 시장 재편이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조 개편 지연은 곧 시장 상실과 고용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발생한 중동 정세가 변수다. 원료인 나프타 공급 차질 상황이 장기화하면 석유화학 업황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실사와 지원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그간 범용 중심 사업구조로 고전하던 여천NCC가 이번 사업재편에 성공한다면 효율성을 높이고 고부가 구조로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을 통한 고부가 전환이라는 중장기 산업정책은 멈추지 않고 추진하면서도 중동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 기업과 산업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기업들의 나프타 수급을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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