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아베식 묘수'로 돌파구 찾나…'조사 명목' 함정 파견?

입력 2026-03-18 10:01
다카이치 '아베식 묘수'로 돌파구 찾나…'조사 명목' 함정 파견?

日언론 "자위대 함정 파견 중 위험도 가장 낮아…불의의 사태 휘말릴 우려는 있어"

19일 美日회담서 트럼프 만족할 카드 제시 부담…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청국 정상 중 첫대면

요미우리 "다카이치, 딜레마에 빠져"…항행 자유·중동사태 관련 美대응 지지 등 관측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함정 파견 요청과 관련해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결국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과거에 썼던 대응책을 활용해 난관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 내에서 아베 내각이 2020년에 했던 것처럼 '조사·연구' 명목으로 자위대를 중동 지역에 보내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인명·재산 보호나 무력행사 같은 임무는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공식 활동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나 다른 나라 군대를 후방에서 지원할 수 있는 '중요 영향 사태'에 근거해 함정을 보내는 것은 법적 제약과 위험 부담이 커 고육책으로 조사·연구 명목 파견을 고민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호위함 파견은 일본 현행법에서는 어렵다"며 "자위대가 전투 지역에서 활동한 사례는 과거에 없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 요청에 따라 자위대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을 7개로 나눴을 때 기뢰 제거가 위험도가 가장 높고, 조사·연구는 위험도가 가장 낮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오는 19일(현지시간) 개최될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어느 정도 만족시킬 답변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몰린 일본이 동맹을 돕는다는 명분을 쌓으면서도 위험을 상대적으로 회피할 방법이 과거 '아베식 묘수'인 조사·연구 목적 파견인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방위력 강화, 양적 완화 등 아베 전 총리 정책을 답습하고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내 '여자 아베'로 언급되기도 한다.

도쿄신문은 조사·연구 목적 호위함 파견에 대해 "실질적으로 선박을 호위할 수 있어 대미 협력 자세를 보일 수 있는 한편, 사실상 봉쇄 상태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 등 위험한 장소에서 활동하는 것은 피할 수 있다"고 해설했다.

이 신문은 다만 호위함의 활동 장소와 전투 상황에 따라 자위대가 예측하지 못한 사태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이전에도 미군 활동과 관련해 조사·연구 명목으로 호위함을 파견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시절이던 2019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항해를 위한 '호위 연합'에 협력해 달라고 요청하자 아베 내각은 이란과 우호적 관계 등을 고려해 이에 참여하지 않고 이듬해 조사·연구 목적으로 함정을 보냈다.

이에 앞서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는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미군 기지에 있던 미국 항공모함이 출항하자 일본이 정보 수집 목적으로 호위함과 보급함을 인도양까지 동행시켰다.



아울러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형태로 미국을 지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이 조율 중인 항행의 자유 관련 공동 성명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또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동 사태 안정화를 위한 미국의 대응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미국 측에 이란 정세를 둘러싼 외교적 해결을 독려하려 한다며 회담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 자체에 대한 국제법상 평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중동 작전을 관할하는 미국 중부사령부에 연락관을 추가로 보내는 방안도 논의하기 시작했다. 현재 중부사령부에 상주하는 자위대 연락관은 1명이다.

일본은 연락관을 늘려 미국과 중동 문제 관련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최신 전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 한다고 요미우리가 짚었다.

일본 정부는 코앞으로 다가온 미일 정상회담에서 중동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해 이처럼 다양한 '카드'를 마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만족할지는 알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요미우리는 "다카이치 총리가 딜레마에 빠졌다"며 "미국의 군사 작전에 휘말릴 위험을 피하면서도 미일 결속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공헌이 불가피하다"고 해설했다.

이어 전투 수습 이후 자위대 파견 가능성도 포함해 미국이 불만을 품지 않을 최소한의 제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진심으로 바라는 바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호위함 파견을 요청받은 나라의 정상 중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한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최악의 타이밍이지만,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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