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슈퍼볼' 방불 엔비디아 GTC…젠슨 황 "내가 바로 추론의 킹"

입력 2026-03-17 15:07
[르포] '슈퍼볼' 방불 엔비디아 GTC…젠슨 황 "내가 바로 추론의 킹"

티켓값 380만원에도 2만명 초만원…'겨울왕국' 올라프 등장시키기도



(새너제이=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인공지능(AI) 칩 하나로 세계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기업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이 개막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는 한꺼번에 수만 명 인파의 열기로 가득 찼다.

개막일인 16일(현지시간) 기조연설 장소인 SAP센터 앞은 행사 시작 시간을 2시간여 앞둔 시점부터 차량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차량 공유 서비스 기사는 행사장을 100여m 남겨둔 지점에서 "여기서부터는 걸어가는 편이 훨씬 더 빠를 것"이라며 하차를 권하면서 "GTC 기조연설 잘 들으라"고 덕담까지 건넸다.

어렵사리 도착한 행사장 입구는 인파가 몰린 데다 보안 검색까지 겹치면서 어김없이 대기를 위한 장사진이 펼쳐졌지만, 참관객들은 예상했다는 듯 불평은커녕 설레는 표정으로 입장을 기다렸다.

장내에 들어서자 엔비디아의 상징과도 같은 삼각형 형상을 한 연두색과 푸른색 조명이 관객들을 맞이했다.

기조연설을 포함한 올해 GTC 4일권 티켓 가격은 2천525달러(약 380만원)나 됐지만, 약 2만 석에 달하는 SAP센터의 좌석은 빈틈 없이 가득 들어찼다.



이날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서도 트레이드 마크가 된 검은색 가죽 재킷을 챙겨입은 황 CEO는 정식 기조연설 직전 흔히 '프리게임'이라고 부르는 AI 업계 관계자들의 대담 현장에 갑자기 나타나 이처럼 몰려든 인파를 보고 "마치 (미식축구) 슈퍼볼 현장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진행자는 한술 더 떠 "(슈퍼볼보다) 여기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고 맞받아치며 행사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이날 기조연설에서 발표할 AI 에이전트 플랫폼 '네모클로'에 대해 슬쩍 '힌트'를 흘리기도 했다.

그는 대담을 나누는 이들에게 "밤새워 일했을 텐데 다들 너무 깔끔하게 차려입고 있다"며 "다음번에는 일을 '클로(Claw)'에게 맡겨야 한다. 클로가 똑똑해질수록 우리가 더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큰 소리로 '웰컴 투 GTC!'를 외치며 기조연설 무대에 황 CEO가 오르자 관객들은 일제히 손뼉을 치거나 스마트폰을 들어올려 사진을 담았다.

유명 스포츠 경기나 공연장 같은 분위기가 되자 황 CEO가 "여러분에게 지금 이 행사가 기술 행사라는 사실을 환기해주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도 했다.



황 CEO는 기조연설 중간중간 이처럼 위트를 곁들이는 노련함과 자기 자신을 회사의 광고판처럼 사용하는 쇼맨십을 내보였다.

그는 엔비디아의 오늘이 있게 해준 제품인 '지포스' 그래픽 카드를 소개하면서 "여러분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미래의 고객을 끌어들였다. 사실 돈은 여러분들의 부모님이 냈다"면서 과거 게이머로서 엔비디아의 고객이었다가 지금은 개발자로서 엔비디아 행사장에 온 개발자 관객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자사의 AI 칩 가격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가장 저렴한 칩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추론의 왕'이라고 적힌 챔피언 벨트를 들어 올리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실물 AI를 소개하는 순서에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눈사람 올라프 로봇이 깜짝 등장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디즈니·구글 딥마인드와 공동으로 개발한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황 CEO는 올라프와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로봇을 구동하는 AI 모델 '젯슨'을 통해 올라프가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다는 점을 내보였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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