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공급절벽…작년 빌라 준공물량 아파트의 10분의 1

입력 2026-03-15 07:20
또다른 공급절벽…작년 빌라 준공물량 아파트의 10분의 1

지가·공사비 상승에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사업성 하락

"공급 감소로 가격 오르면 사회초년생 등 서민 주거안정 흔들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과 더불어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비(非)아파트 역시 공급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줄어드는 가운데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이지만, 아파트 전월세가 버거운 청년이나 저소득층 등의 주거 선택지가 좁아지는 상황은 문제로 지적된다.



15일 국토교통부의 주택 유형별 준공실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준공된 서울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은 4천858가구였다.

흔히 '빌라'로 불리는 이들 비아파트 주택은 한때 서울에 연간 3만가구 이상 준공되며 아파트와 공급 규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2018년 3만5천6가구, 2019년에는 3만1천128가구를 기록했고, 2020년(2만5천524가구)과 2021년(2만5천735가구), 2022년(2만2천가구)에도 연간 2만가구가 넘는 신축 빌라가 준공됐다.

그러다 2023년 1만4천118가구가 준공돼 2만가구 선을 밑돌았고, 2024년에는 6천123가구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 4천가구 선까지 떨어졌다.

아파트 대비 비율도 2018년에는 90.1%에 달할 만큼 신축 빌라 공급이 활발했으나 작년에는 아파트 준공 물량(4만9천973가구)의 9.7%로 10분의 1 수준까지 감소했다.

빌라 공급이 이처럼 감소한 데는 서울 토지가격과 공사비 상승, 더불어 전세사기 사태에 따른 비아파트 기피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2020년부터 코로나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수급난,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빌라 공급의 사업성이 감소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산출해 매달 공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올 1월 133.28로 2020년 1월(99.86) 대비 약 33.5% 상승했다.

여기에 2021년 전세사기 사태가 급부상하고 빌라와 같은 비아파트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면서 아파트에 대한 수요 쏠림이 강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 아파트는 매매가뿐 아니라 전월세도 크게 오른 상황이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비아파트에 거주해야 하는 사회 초년생이나 저소득층 등 수요는 계속 발생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의 대략적인 주택 비율이 아파트가 60%, 연립·다세대가 30% 정도여서 비아파트 수요는 일정 수준으로 늘 있을 수밖에 없다"며 "빌라 공급이 급감한다는 것은 아파트에 이어 비아파트도 매매가격과 전월세가 올라 서민 주거 안정이 흔들린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빌라 매매가와 전월세도 아파트만큼은 아니지만 상승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한해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는 5.26% 상승했고 전세가격은 2.05%, 월세는 2.66% 각각 올랐다.



빌라와 같은 비아파트는 아파트 대비 공사 기간이 짧아 지금과 같은 공급 절벽 상황에서는 단기간 신속 공급에 유리한 유형이기도 하다.

정부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연립·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등을 신축매입임대주택 사업의 매입 대상에 포함해 신속한 공급 성과를 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축매입임대주택은 민간이 신축 주택을 건설하기 전 매입 약정을 체결하고, 완공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공주택 사업자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와 같은 사업에서도 적정 수준의 공사비가 책정돼야 사업성이 확보돼 민간의 참여가 늘어나고 주택 품질도 올라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합수 교수는 "토지가격이 오르고 공사비까지 급등해 마진이 별로 남지 않는 상황에서 적정 수준의 공사비가 책정되지 않으면 신축매입임대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며 "저가 자재 사용과 부실공사를 막고 양질의 주택을 공공이 공급하기 위해서도 적정한 공사비 책정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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