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 전국 10개권역 유통 거점화…"독점·수급불안" 반발도

입력 2026-03-15 06:05
대웅, 전국 10개권역 유통 거점화…"독점·수급불안" 반발도

대웅 "데이터 기반 재고 관리로 효율화 목적"

유통업계·약사회 "중소 도매 생존권 위협…공급 편중 우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대웅제약[069620]이 최근 전국 10개 권역을 유통 거점화하는 '블록형 거점 도매' 체계 구축을 완료했다.

대웅제약은 이를 데이터 중심의 유통 구조 선진화 모델로 자평하고 있으나, 유통업계와 약사회는 독점 초래 및 수급 불안정 심화를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 10개 권역 거점화…의약품 배송 실시간 확인·데이터 기반 재고 관리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블록형 거점 도매' 체계를 최근 전국 10개 권역으로 확대하고 거점 업체 선정을 마무리했다.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 도매는 전국을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등 주요 권역(Block)으로 나누고, 각 권역의 핵심 도매상을 중심으로 병원과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제약사는 권역별 파트너와 협력해 재고, 배송, 판매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모델의 핵심은 '데이터 기반의 공급망 체계' 구축에 있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통합 관리되는 재고 및 배송 정보를 통해 공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함으로써, 지역별 수요 변화나 품절 상황 발생 시 권역 내 재고 조정 등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권역 중심의 물류 동선 정리는 배송 효율성을 높이고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거래 구조 변화에 따른 현장의 우려도 있었으나, 대웅제약 측은 현재 배송 중단이나 공급 차질 없이 체계가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이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공급망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재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면 수급 불안정 문제 완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약품 유통 선진화 정책을 현장에서 구체화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 유통 선진화를 위한 유통체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유통체계의 개선 과제로는 역량과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중심으로 한 효율적인 공급망 구조 구축이 제시되고 있다.

국내 완제의약품 도매상은 2022년 말 기준 3천503개소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많아 과당 경쟁과 유통 단계 복잡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이에 정부는 의약품 유통 단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데이터 기반 공급망 관리와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 유통업계 "사익 위한 통제"…약사회 "국민 건강권 침해"

그러나 의약품 유통업계는 대웅제약의 독점 선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웅제약 유통갑질 철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성명서에서 "'블록형 거점도매'는 효율성과 거리가 먼 유통 독점 선언이자, 수많은 종사자의 일터를 찬탈하는 반시장적 폭거"라며 "대웅제약이 도매업계를 자사의 대리점화해 지배하려는 '거점 방식'을 채택하는 순간 의약품 유통의 공공성은 사라지고 사익을 위한 통제만 남게 된다"고 밝혔다.

거점 업체와 손잡지 못한 대다수 유통사는 약을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돼 동네 약국의 '인위적 품절'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비대위는 "대웅제약은 기존 유통 구조 사이에 '거점'이라는 불필요한 중간 경로를 만들어, 중소 도매상들의 열악한 마진조차 가로채려 하고 있다"며 "이는 중소도매상을 거점 업체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는 '유통 계급제' 부활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 유통사의 생존권을 짓밟는 '중간 마진 착취 구조'를 즉각 폐기하고, 특정 업체에 편중된 공급계획을 거두고, 전국 모든 약국에 차별 없는 '공급의 보편성'을 보장하라"며 거점도매 정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단체 행동 돌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국 약사들도 수급 불안을 심화할 수 있다며 대웅[003090] 측에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16개 시도지부 협의회는 4일 성명서에서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 도매 정책이 ▲ 유통 독점 고착화 ▲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부당한 거래 거절 행위에 따른 불법 소지 ▲ 제약사 갑질 ▲ 기형적 유통구조 양산 등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다수의 약국은 기존 원활했던 거래 관계와 무관하게 제한된 특정 도매업체와의 거래를 강요받게 된다"며 "반품 거절이나 정산 지연 등 사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해 약국의 행정적·재정적 부담이 크게 가중되며 약국과 유통업체 간의 불필요한 마찰까지 유발된다"고 지적했다.

또, 협의회는 "이미 의약품 수급 불안정이 심각한 상황에서 공급 창구를 소수로 좁히면 특정 품목의 수요가 거점 도매로만 몰려 물류 병목 현상이 구조적으로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지역 약국과 병원의 의약품 입고 지연 및 공급 공백으로 직결되어, 환자들이 제때 필요한 조제와 투약을 받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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