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보수정책 가속…부부별성제 말고 '결혼전 성도 기재'
국무회의서 관련 계획 통과…'국가정보회의' 신설도 결정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을 겨냥한 정책을 연이어 추진하며 보수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결혼을 계기로 성을 바꾼 사람이 결혼 전 옛 성(姓)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법제화 등의 검토를 명시한 '제6차 남녀 공동참여 기본계획'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이 기본계획에는 "결혼으로 인해 성이 변경된 사람이 불편함이나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옛 성의 단독기재도 가능하도록 법제화를 포함한 기반 정비를 검토한다"고 명시됐다.
옛 성을 통칭(通稱·통상적 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결혼 후 성 없이 단독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부부가 같은 성을 써야 하는 부부 동성제를 유지하되, 옛 성을 쓰는 것도 법적으로 인정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특별국회에 관련 법안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어떤 공적 증명서에 결혼 전 성의 단독 기재가 허용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부부 동성제 하에서는 옛 성을 여권이나 운전면허증에 병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 시중 은행의 30% 이상은 옛 성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유지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여성계와 경제계 일각에서는 부부가 다른 성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선택적 부부별성(夫婦別姓)' 제도 도입을 주장해 왔다.
다카이치 내각은 결혼 때문에 성이 바뀐 이들의 불편을 일부 줄여주는 취지에서 이번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처럼 부부 동성제 원칙을 유지하면서 그 불편을 줄이는 식의 제도가 확정되면 선택적 부부별성제는 그 실현이 요원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정책은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다카이치 총리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부부 중 한쪽이 결혼 이후 호적상 성을 바꾸더라도 사회에서는 불편 없이 옛 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총리의 뜻은 그의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과 궤를 같이한다.
일본 보수층은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가 도입되면 전통적 가족관이 붕괴할 수 있다며 동성제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 계획과 관련해 선택적 부부 별성제에 대해서는 "가족의 일체감,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 국민적 논의와 사법 판단을 토대로 "추가로 검토해나가겠다"라며 원론적인 입장에 그쳤다.
한편 이날 각의에서는 정보 수집 능력 강화를 위한 컨트롤 타워인 '국가정보회의' 설치 법안도 결정됐다.
국가정보회의는 일본판 중앙정보국(CIA)이 될 국가정보국을 산하에 신설하고 안보·테러 등과 관련된 중요 정보 활동, 소셜미디어(SNS)상의 가짜 뉴스 방지, 유출될 경우 국정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비공개 정보를 취득하려는 외국 스파이 활동 감시 등 역할을 한다.
외무성, 방위성, 경찰청 등이 수집한 정보를 집약하고 정보 활동을 조율하는 일도 맡는다.
총리를 의장으로 하며 관방장관, 국가공안위원장, 법무상, 외무상, 재무상, 방위상 등이 참여한다.
국가정보회의 신설 역시 다카이치 총리의 색채가 강한, 보수층이 선호하는 정책으로 꼽힌다.
일본 보수층은 정부가 자국의 정보 역량을 강화하고 외국 스파이나 사이버 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하기를 원하며, 국가정보회의와 국가정보국 신설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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