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년앞 전초전 프랑스 지방선거…극우 성적표 관심
극우 집권 막아 온 '공화주의 연대' 작동 관건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두고 이달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대선과 유럽 정치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오는 15일(현지시간)과 22일 두 차례 전국에서 약 3만5천명의 시장을 선출한다.
프랑스 지방선거는 혼합형 명부 비례대표제로, 유권자가 개별 후보에게 투표하는 게 아니라 정당이나 정치 그룹이 제출한 후보 명단(리스트) 전체에 투표한다.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를 한 정당이 시의회 의석의 50%를 우선 차지하고 나머지 의석을 5% 이상 득표한 모든 정당(1등 포함)이 득표율에 비례해 나눠 갖는다. 의석수 1위를 확보한 정당 명부의 1번 후보가 시장이 된다.
1차 투표에서 곧바로 1등이 가려지지 않으면 10% 이상 득표를 한 정당들이 결선에 올라 다시 겨룬다. 이때 1차 투표에서 5% 이상 얻은 정당은 다른 정당 명부와 합쳐 진출할 수 있다.
지난해 선거 방식이 일부 바뀌어 파리와 리옹, 마르세유 등 3대 대도시는 1위 정당의 보너스 의석을 50%에서 25%로 낮췄다. 표심을 의석수에 더 정확히 반영하고 시의회가 한쪽으로 쏠리는 걸 막기 위해서다.
통상 총선보다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낮지만 이번 선거는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지는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그 결과가 여느 때보다 주목된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내년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이는 극우 국민연합(RN)이 주요 도시 시장을 석권하느냐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남부 지중해 연안의 니스, 마르세유, 툴롱이 중요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RN이 전국적인 지지율을 실제 대도시 행정 권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드러날 것이라고 짚었다. 툴롱은 과거 극우 시장이 당선된 적이 있지만 니스나 마르세유에서도 극우 시장을 배출한다면 RN에는 엄청난 정치적 성공이 된다.
프랑스에서 가장 보수적인 대도시 중 하나인 니스는 가장 중요한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니스에선 집권 중도 연합 소속의 현직 시장과, 공화당을 탈당해 RN과 손을 잡은 공화국우파연합(UDR)의 에리크 시오티 대표가 사실상 맞붙는다.
폴리티코는 니스 선거가 내년 대선의 핵심 쟁점, 즉 중도 보수 유권자들이 극우에 맞서 버틸 것인지, 아니면 대선 결선에서 끝내 극우로 기울 것인지를 미리 보여줄 전망이라고 전했다.
마르세유 선거는 다른 관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사회당 소속 현 시장이 RN 후보와 1차 투표에서 벌일 각축전에서 중도·보수·좌파 유권자가 극우 후보를 막기 위해 단결할지가 관건이다. 마르세유에서 RN이 승리한다면 앞서 여러 차례 효과를 입증한 '공화주의 전선'이 붕괴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수도 파리의 쟁점은 다른 대도시와는 다르다. 사회당 소속 안 이달고 시장이 오랫동안 이끌어 온 파리에선 같은 정당 소속 에마뉘엘 그레고아르 파리 부시장과 중도 우파 출신의 라시다 다티 전 문화장관이 경쟁하고 있다. RN의 그림자가 미치지 않는 기성 주류 정당 간 대결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이 내년 대선에서 어떤 성적표를 낼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곳은 북서부 항구 도시 르아브르다.
마크롱 대통령이 임명한 초대 총리이자 중도 정당 오리종의 대표인 에두아르 필리프 현 시장은 내년 대선에서 극우에 맞설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주류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세 번째 임기를 노리는 그는 여론조사에선 선두를 달리지만 과반 지지를 얻진 못해 결선 투표로 갈 가능성이 높다. 강력한 경쟁자인 공산당 후보에게 좌파 진영 표가 몰려 낙선할 경우 대선 가도에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폴리티코는 이번 선거 결과가 궁극적으로 결선 투표 양상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수십 년간 프랑스 민주주의는 극단주의 세력을 막기 위해 유권자들이 이념을 넘어 단결했는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그런 초당적 연대가 여전히 작동하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매체는 짚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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