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北열차위에 선명한 목적지 '베이징'…다시 달리는 北中여객열차

입력 2026-03-12 22:41
수정 2026-03-13 06:38
[르포] 北열차위에 선명한 목적지 '베이징'…다시 달리는 北中여객열차

北승객들, 열차 커튼 걷고 웃으며 손짓하기도…6년 만에 운행 재개

북한 객차 부근 중국인력 배치해 외부 접근 막아…객차 내부도 '국내용'과 분리



(단둥=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아이고, 몇 년 만에 오는 거니." "삼촌, 이쪽으로 오세요."

12일 오후 5시께(현지시간) 중국 랴오닝성 단둥역.

이날 오전 평양역을 출발한 북중 국제 여객열차가 단둥역에 정차하자 국제선 출구에서 기다리던 북한 사람들의 행동이 바빠졌다.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저마다 커다란 짐가방을 끌고 밝은 표정으로 출구로 나왔다.

여권을 달라는 중국인 역무원의 말에 다소 당황한 모습인 사람도 있었다.

과거 중국에서 북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게 해줬던 김일성·김정일 배지는 잘 눈에 띄지 않았지만, 어두운 색깔의 여권이 이들이 어디서 왔는지 보여줬다.

이날은 6년 만에 북중 국제 여객철도 운행이 재개된 날이다.

북중은 평양-베이징 간 양방향 열차는 일주일에 네 차례, 평양-단둥 간은 매일 운영하기로 했다.

평양발 단둥행 열차는 오전 10시 26분(한국시간) 출발해 오후 4시 23분(중국시간) 단둥에 도착했다.

열차는 중국 측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기관차를 포함해 총 9량이었고, 한글로 최종 목적지인 '베이징'이라고 쓴 표지도 달고 있었다. '최고 시속 120㎞'나 '일반 침대' 등의 글자도 보였다.

압록강을 건너온 승객들이 단둥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거나 손을 흔드는 모습도 포착됐다.



열차는 단둥역에서 객차 2량을 떼어냈고, 분리된 객차들은 중국 K28 열차 맨 뒤에 연결돼 오후 6시 18분 베이징으로 출발했다. 짙은 녹색에 노란색 줄 두 개를 그려놓은 중국 객차와 달리 북한의 객차는 하늘색·푸른색·흰색으로 도색하고 빨간색으로 줄을 그어 한눈에 구별됐다.

다만 북한 객차 부근에는 중국 측 인력이 다수 배치돼 접근이 어려웠다. 열차 내부도 안내 방송이나 승무원 배치 등이 '국내용 객차'과 분리돼있었기에 기자가 열차에 탑승했지만 북한 측 객차 내 상황은 파악할 수 없었다.

열차는 밤새 선양·산하이관·톈진 등 1천100여㎞를 더 달린 뒤 이튿날 오전 8시 40분께 베이징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북중 관계의 부침에 민감한 단둥에서는 이날 여객열차 운영 재개가 관심거리였다.

압록강철교를 배경으로 온라인 생방송을 하던 한 중국인 여성은 구독자들에게 북중 여객열차 운행 소식을 전했고, 곧 객차 형태나 가격 등 정보에 관한 실시간 대화가 이어졌다. 신의주와 단둥을 오가는 화물열차와 승합차들을 가리키며 아들에게 북한과의 관계를 설명하던 중국인 부모는 "이 길로 북한에 갈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2022년 화물열차 운행 재개 때나 2023년 버스 이동 재개 당시 촘촘히 공안이 배치되고, 외신 기자들의 접근이 엄격히 통제됐던 것과 달리 이날 압록강변은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대형 카메라를 들고 압록강철교를 찍는 중국인들이 군데군데 보였고, 외신 기자의 압록강변 접근이나 이동하는 열차 촬영도 제지되지 않았다.

북한의 2020년 국경 봉쇄 이후 압록강철교를 승합차 한 대만 지나가도 화제가 됐고, 열차·버스 이동 재개 시점에는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지기도 했으나 이제 압록강철교를 통한 북중 이동은 일상화된 인상이었다.

이날 하루만 해도 수십 대의 연두색 버스와 흰색 승합차,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양방향 이동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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