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내일 시행…휘발유 출고가 109원 내린 1천724원(종합)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선 도입…국제시세 반영하되 2주 평균으로 변동성 완화
'공급 절벽' 막기 위해 매점매석 금지 고시 병행…유류세 인하 카드는 보류
가격통제로 발생한 정유사 손실은 분기별로 '정산위원회' 통해 보전
(세종=연합뉴스) 신창용 송정은 기자 = 정부가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고공 행진 중인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내일부터 전격 시행한다.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넘기는 공급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해 널뛰는 국내 유가를 안정시킨다는 방침이다. 1차 최고가격은 리터(L)당 보통휘발유 1천724원, 자동차용 경유 1천713원, 등유 1천320원으로 설정됐다.
이와 함께 석유 제품의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는 고시를 동시에 시행해 국내 수급 차질을 막고 전국 주유소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해 가격 교란 행위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1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석유 최고가격제는 관보 게재를 거쳐 13일 0시부터 전격 시행된다.
◇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 설정…2주 단위로 최고가격 재설정
정부가 전격적으로 시장 가격에 개입한 이유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치솟은 국제 유가가 통상 2주 걸리던 시차 없이 국내 가격에 즉각 반영되며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전날인 지난달 27일 이후 휘발유는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으로 L당 200원, 경유는 300원 이상 폭등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3월 초 들어 국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튀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1차 최고가격으로 L당 보통휘발유 1천724원, 자동차용 경유 1천713원, 등유 1천320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 11일 정유사가 제출한 평균 공급가격에 비해 각각 휘발유 109원(1천833원→1천724원), 경유 218원(1천931원→1천713원), 등유 408원(1천728원→1천320원)이 저렴한 수치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13일 0시부로 시행할 예정이다.
최고가격은 '기준가격 X 변동률 + 제세금'의 산식을 통해 도출했다.
먼저 기준가격은 전쟁으로 국내 유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2월 마지막 주,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으로 정했다. 평시에 형성된 가격을 기초로 삼아 국내 가격 안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아시아 시장의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의 2주간 등락률을 평균 내어 변동률을 산출했다. 마지막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와 부가가치세 등 제세금을 더해 최종적인 상한선을 정했다.
양 실장은 "국제 가격이 급등할 때 국내 가격에 너무 빠르게 반영되는 부분을 완화하려는 것"이라며 "가격을 단순히 억누르는 정책이 아니라 정부가 개입해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정해진 최고가격은 국제 유가 상황을 반영해 매 2주 단위로 다시 계산되고 재설정된다.
적용 대상은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보통휘발유, 경유, 등유다. 소비층이 제한적인 고급휘발유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해상 운송비가 추가로 드는 도서 등 특수 지역은 물류 여건을 고려해 5% 이내 범위에서 별도의 최고가격 산정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다.
정부는 전국 주유소가 지역별로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고 경영전략, 운영방식도 제각각이라 일률적인 규제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소비자가 직접 마주하는 판매가격 대신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신 전국 1만300여개 주유소에 대한 감시는 더욱 촘촘해진다. 정부는 카드 결제 데이터 등을 통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수집되는 전국 주유소 판매 가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
양 실장은 "특별히 가격이 튀는 업체를 집중 감시하면 충분히 가격 관리가 가능하다"며 "시민단체와 함께 석유공사 오피넷이나 내비게이션 등을 통한 가격 공개를 강화하고, 저렴하고 품질 좋은 '착한 주유소' 공표 제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 '매점매석 고시'로 공급 위축 방지…'유류세 인하'는 일단 빠져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 지정으로 시중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을 대비해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병행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는 오는 13일부터 5월 12일까지 두 달간 '석유제품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할 예정이며, 필요시 연장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휘발유·경유·등유 품목을 대상으로, 석유정제업자·석유판매업자에 적용한다.
석유정제업자의 휘발유·경유·등유 월간 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반출량의 90% 이상이 되도록 규정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석유판매업자에게 판매를 기피하거나 특정 업체에 과다하게 공급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최고가격이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인상될 것을 대비해 물량을 출하하지 않고 미루는 행위 등을 방지하는 것이다.
주유소 등 석유판매업자는 폭리를 목적으로 석유류를 과다하게 구입하거나 보유할 수 없다. 정당한 이유 없이 소비자에게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산업통상부와 지방정부는 매점매석행위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위반 행위 발견 시에는 물가안정법상 시정명령·형사처벌까지도 검토한다.
이번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에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는 빠졌다.
정부는 향후 국제유가 변동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단기 대책으로 최고가격을 기한을 정해 운영하고, 운영 이후 가격변동을 봐야 할 것 같다"며 "이후 국제유가가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오르면 유류세 인하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에는 보조금 등 직접 지원 정책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는 가격 통제로 인한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사후 정산' 체계를 마련했다.
최고가격 지정으로 정유사가 손실을 보았을 경우 회계, 법률, 교수 등 석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통해 분기별로 손실액을 보전해줄 계획이다.
각 정유사가 계산한 손실액을 회계법인이 검증하고 정산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유가가 하락하는 시점에는 정유사가 최고가격 덕분에 이익을 얻는 구간도 생길 수 있어 정부는 수익·손실을 정밀하게 따져 사후 정산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최고가격 지정이 인위적인 통제보다는 시장 안정화에 목적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양 실장은 "요즘은 국제유가 변동폭이 너무 커서 소비자들이 내일 가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해제 시점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 5분의 1을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과 국제 유가 추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힐 방침이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