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트럼프' 카스트 대통령 취임…치안·경제에 집중할듯
"치안 없는 민주주의는 허구"…취임식에 남미 우파 지도자들 대거 참석
미국과 밀월관계 예상…블룸버그 "미국과 핵심광물 협정 체결 계획"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칠레의 트럼프'라 불리는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60)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제41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카스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나는 국가 회복이라는 사명을 이끌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하며 4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작년 12월 공산당 히아네트 하라 공산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 이후 4년 만에 '우클릭' 정부가 등장한 것이다.
특히 그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이후 최근 수십년간 가장 우파적 색깔을 드러내는 대통령으로 손꼽힌다. 엘메르쿠리오 등 현지 언론과 주요 외신들은 그를 '극우주의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2017년과 2021년에 이어 3번째 도전 끝에 대권을 거머쥔 그는 전형적인 우파 출신이다. 부친은 독일 나치당원이었고, 형은 피노체트 정권에서 장관으로 일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 로드리게스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 로드리고 차베스 코스타리카 대통령,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등 중남미 우파 지도자들이 주요 외빈으로 참석, '우파 동맹'으로서 힘을 보탰다.
여러 차례 고배 끝에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건 칠레의 불안한 치안 상황과 경제 침체와 관련이 있다.
전임 좌파 정권은 지난 수년간 남미의 여러 국가에서 국경을 넘어온 이민자들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 탓에 대중의 지지기반을 잃었다.
카스트 대통령은 당선 후 규제 완화, 정부 지출 삭감, 시장 친화적 정책을 통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한편, 이민과 범죄를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취임 일성도 치안과 경제 분야에 집중됐다.
카스트 대통령은 "치안 없는 민주주의는 허구이며 치안 없는 자유는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이라고 말했다. 경제 재건과 관련해선 "규제와 관료주의라는 족쇄를 끊어내고, (칠레가) 다시 한번 라틴아메리카 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 분야에선 미국과의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카스트 정부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칠레가 핵심 광물 및 안보 사안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 포괄적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참석했다.
다만, 중국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정권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자 전력 등 인프라와 광물 사업 등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카스트 대통령은 그간 규제 완화와 이민 단속 등을 통해 시장 친화적인 사회·경제 정책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형국이다.
구리 생산량 감소, 높은 실업률, 이민 문제와 같은 대내 문제뿐 아니라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혼돈 상황,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 등 대외 문제도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칠레는 세계 제1의 구리 생산 국가일 뿐만 아니라 리튬, 레늄 등 필수 광물을 보유한 자원 대국이다.
칠레 발파라이소대의 정치 분석가인 기예르모 홀츠만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스트 대통령은 점점 더 도전적으로 변하는 국제 지정학적 상황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리스크와 이 지역 내 미국의 안보 전략, 그리고 중남미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 등에 대한 대응을 신정부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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