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오르던 상장사 실적 전망, 중동발 유가쇼크에 '주춤'
고유가 민감업종 중심 이익 전망치 하향 잇따라…전기·전자는 상향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 상향 흐름이 주춤한 모양새다.
11일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3개월 이내에 증권사가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코스피 315개 상장사의 2026년도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평균 전망치)는 전날 기준 541조9천646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364조1천690억원)보다 48.8%,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상향 흐름이 본격화하기 전인 작년 8월 말(272조4천486억원) 대비로는 98.9% 상향된 금액이다.
이는 코스피가 작년 9월 이후 70% 넘게 급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가파르게 치솟던 상향 흐름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가 다수 사망하고,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올해 매월 평균 21.1%씩 급등하던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이번 사태가 증권사 보고서에 완전히 반영되기 전인 이달 4일 542조7천756억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현재는 0.1%가량 감소한 541조9천646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이 속한 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하면 이런 분위기는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전기·전자 업종을 뺀 273개 기업의 2026년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일 기준 190조5천321억원으로 지난 4일(191조3천768억원)보다 0.4%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고유가에 따른 대표적 피해업종으로 거론되는 '비금속'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4천399억원에서 3천202억원으로 27.2% 급감했다.
섬유·의류(-7.5%), 제약(-4.1%), 기계·장비(-3.9%), 금속(-1.3%) 등 업종도 전월 말보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됐다.
반면, 전기·전자 업종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달 말 344조7천40억원에서 이달 10일 기준 351조4천325억원으로 2.0% 상향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고유가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 전망치 하향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전기·전자 업종의 이익 증가 추세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되며 버팀목 역할을 하는 중이다.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 상향 흐름 재개 여부와 시점은 예단하기 힘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혀 장기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지난 9일에는 "아주 곧"(very soon)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글로벌 주요국 증시가 동반 반등하는 등 안도 랠리가 펼쳐졌지만,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현지 유력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군사작전의 기간과 목표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체로 전쟁 조기종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이지만, 예상 못 한 변수가 돌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 배럴당 119.48달러까지 치솟았던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현재 배럴당 83.55달러 전후에 거래되며 다소 안정을 찾은 상황이나,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보다는 여전히 25% 가까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대신증권[003540] 리서치센터는 이달 초 발간한 '예상 시나리오별 금융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사태가 1∼3개월간 지속되는 단기 시나리오의 경우 코스피와 글로벌 증시가 10% 내외의 조정 이후 상승추세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분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중기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20% 내외의 조정을 겪은 뒤 저점 및 지지력 테스트에 들어갈 것이고, 1년 이상 장기 시나리오에선 30% 이상 조정 이후 대세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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