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韓반도체에 중동 사태 변수…소재·장비 수급 촉각

입력 2026-03-09 14:50
잘 나가던 韓반도체에 중동 사태 변수…소재·장비 수급 촉각

헬륨·브롬 등 일부 소재 의존도 높아…정부, 공급망 대응 강화

물류 차질·에너지 가격 상승도 우려…"사태 장기화시 기업 부담"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호황기를 맞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공급망 리스크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소재와 장비 수급 차질 가능성에 더해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겹칠 경우 산업 전반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 수입된 헬륨의 64.7%가 카타르산이다. 헬륨은 반도체 웨이퍼 냉각에 필수적인 원료다.

반도체 식각 공정에 활용되는 원료인 브롬은 97.5%가 이스라엘에서 들어온다.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반도체 산업에도 퍼질 수 있는 배경이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피해가 발생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에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있다는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이 지역은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측정·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주요 거점으로, 일부 장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에도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소재와 장비 등 산업 생태계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중동 사태로 일부 소재나 장비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핵심 재료 몇 가지만 부족해도 생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중동 지역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관련 원자재와 장비 공급망 점검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측정·검사기기와 브롬·헬륨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14개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반도체 제조용 검사 부품과 장비의 경우 미국 등에서 대체 수입이 가능하고, 브롬 등 일부 정밀화학 제품도 국내 생산과 재고 활용, 수급 대체 등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는 기업별 수급 상황을 점검하면서 필요할 경우 대체 공급선 확보와 물류 지원 등 맞춤형 대응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안정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 차질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 간접적인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은 해상 운임과 항공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반도체 장비와 소재 운송 비용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공정은 대규모 전력과 산업용 가스를 사용하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인 만큼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반도체 산업은 공급망 충격을 경험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네온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반도체 핵심 소재 수급 불안이 커졌고 가격도 급등했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비용 증가와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반도체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당장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핵심 소재와 장비에 대해 일정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고, 공급망도 다변화돼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만 중동 상황이 장기화하면 물류와 에너지 비용 상승 등으로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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