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에 널뛰는 환율…코로나19 이후 변동성 최대

입력 2026-03-08 05:49
이란 사태에 널뛰는 환율…코로나19 이후 변동성 최대

3월 일평균 13.2원·0.91% 등락…절하율 주요 통화 중 최고

야간장서 1,500원 위협 잇따라…장기화 땐 1,600원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달러 환율의 일일 변동성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 강세 속에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유독 약세를 나타내면서 최악의 경우 환율이 1,6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성장이 둔화하는 등 실물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 변동폭·변동률 모두 6년 만에 최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달 28일 이후 환율이 대외 변수에 따라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6일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일일 변동폭은 평균 13.2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 3시30분) 기준이다.

과거 월별 일평균 변동폭과 비교하면, 코로나19 공포가 극도로 고조됐던 지난 2020년 3월의 13.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별 일평균 변동폭이 10원을 넘은 경우도 드물다.

미국 관세 충격에 환율이 급등락했던 지난해 4월에도 9.7원에 그쳤다.

최근 변동률도 이례적으로 높았다.

이달 들어 6일까지 원/달러 환율의 일일 변동률은 평균 0.91%로, 역시 2020년 3월의 1.12%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12월 0.36%에서 올해 1월 0.45%, 2월 0.58%에 이어 석 달째 눈에 띄게 변동률이 높아지는 흐름을 이어왔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주요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낸 가운데 원화는 '최약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6일까지 원화 가치(한국 종가 기준)는 달러 대비 2.8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 유로(-1.69%), 호주 달러(-1.24%), 일본 엔화(-1.21%), 스위스 프랑(-1.02%), 영국 파운드(-0.84%), 중국 역외 위안(-0.81%) 등 주요 통화가 모두 하락했지만, 원화보다는 선방했다.

캐나다 달러는 0.03% 상승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에너지 수입 의존도나 대외 개방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영향으로 원화도 관련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밤이면 더 뛰는 환율…달러인덱스와 '동조화'

이란 사태 이후 환율 변동성은 야간 거래(오후 3시30분∼다음 날 새벽 2시)에서 큰 폭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반복했다.

지난 3일엔 0시 22분 1,505.8원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장중 최고 1,500.0원) 이후 처음 1,500원을 찍었다.

지난 6일 새벽 1시 27분에도 1,486.4원까지 뛰었고, 같은 날 밤 11시 9분 1,495.0원으로 다시 1,500원에 바짝 다가섰다.

주간 거래 종가보다 20원 넘게 오르기를 되풀이한 셈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야간 거래가 아직 활발하지 않아 수급이 한쪽 방향(달러 매수)으로 쏠릴 경우 환율이 급등하는 양상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야간 거래 참여자가 주간보다 많지 않고, 유동성도 상대적으로 풍부하지 않아 소규모 주문에도 환율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주간보다 제한적인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환율이 국내 수급 요인에 의해 움직인 반면, 최근에는 달러인덱스 흐름 등 대외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달러인덱스와 원화가 정반대로 움직이는 '동조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달러 강세 때는 원화 약세, 달러 약세 때는 원화 강세가 뚜렷하다는 의미로, 지난해 말 달러가 약세인데도 원화가 동시에 약세였던 상황과 다른 양상이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환율 움직임이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요인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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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일평균 원/달러 환율 변동폭·변동률(단위:원,%)│

│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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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분 │ 변동폭 │변동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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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 5.9│ 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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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 5.6│ 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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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 4.3│ 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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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9.7│ 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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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 7.2│ 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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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 8.8│ 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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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 5.1│ 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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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 5.8│ 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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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 3.9│ 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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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6│ 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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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3│ 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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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3│ 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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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 6.6│ 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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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 8.4│ 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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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6일) │13.2│ 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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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발 혼란 장기화 땐 변동성 확대 우려

환율 방향성은 당분간 중동 정세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고 달러가 강세를 지속하면 환율이 최고 1,600원까지도 오를 수 있지만, 반대로 사태가 빠르게 수습될 경우 외환시장 역시 금세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문제가 조기 봉합되면 환율이 1,430∼1,470원 정도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중동 문제 장기화와 무력 충돌 확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현실화 땐 1,530∼1,600원까지도 열어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환당국의 시장안정 조치가 있더라도 외부 충격 요인으로 원화가 구조적인 약세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훈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4주 이내에 갈등이 봉합되는 경우 환율이 1,450원을 상회하다가 그 아래로 내려올 것"이라며 "충돌이 그보다 오래 이어지면 1,490원을 웃돌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역내 시장은 당국에 의해 어느 정도 관리되고 있어 1,500원을 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지상군이 투입돼 전면전으로 치닫고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이 완전히 불가능해지는 극단적인 경우라면 1,500원을 넘을 수 있다"고 했다.

문정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사태가 1주일 이내 종료되면 달러인덱스가 97∼99로 안정되면서 환율이 1,440∼1,470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2∼3개월 지속되면 달러인덱스 108, 환율 상단 1,540원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조기 봉합 시 환율이 1,420∼1,480원에 머무르겠지만, 고유가 지속 시 1,500원선 안착을 시도할 것"이라며 "1,450∼1,530원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조기 봉합 시 1,430∼1,480원을, 사태 장기화 시 1,480∼1,530원을 각각 예상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품 가격이 뛰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는다. 성장에도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고유가와 맞물릴 경우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로 각각 예상하면서 상반기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65달러로 전제했으나, 이미 90달러를 훌쩍 넘긴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6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중동 상황에 영향을 받아 유가가 상승하면서 비용 측면에서 물가 상방 압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물가 흐름은 유가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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