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번지는 전쟁 불길…EU 4개국, 키프로스에 해군 파병(종합)

입력 2026-03-05 19:46
유럽으로 번지는 전쟁 불길…EU 4개국, 키프로스에 해군 파병(종합)

영·프 이어 이탈리아도 걸프국 지원 공식화…교민·군사기지 보호 명분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프랑스·독일 등에 이어 이탈리아도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피해를 본 중동 동맹국 지원 방침을 공식화했다.

프랑스·이탈리아 등 4개국이 중동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드론 공격을 받은 키프로스에 해군 전력을 파견하기로 하는 등 중동 사태가 유럽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날 현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영국·프랑스·독일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도 걸프국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원은 국방 분야, 특히 방공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멜로니 총리는 "그들이 우호국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수만 명의 이탈리아인이 살고 있고 2천명의 이탈리아 군인이 배치돼있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그들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외교 차원을 넘어서 동맹국에 있는 교민들과 군사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이는 다른 유럽 국가들이 걸프국 지원 방침을 밝히며 내놓은 설명과 다르지 않다.

이탈리아군은 2014년부터 이슬람국가(IS) 소탕 작전을 명분으로 쿠웨이트 알살렘 기지에 주둔하고 있다. 이 기지는 지난달 28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 3일 "프랑스 라팔 전투기가 중동 내 프랑스 군기지 상공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동원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랑스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중동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대피시킬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영향권에 든 중동 국가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은 약 40만명 수준이다.

프랑스·독일·영국은 이란이 중동 지역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벌인 지난 1일 이미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방어적이고 비례적인 조치'를 경고한 바 있다.



프랑스는 중동에 있는 일부 프랑스 군 기지에 이란과 전쟁 중인 미군 항공기의 주둔을 허용했다.

프랑스 합동참모본부 대변인은 이날 AFP 통신에 "미국과 관계의 일환으로 해당 지역 내 우리 기지에 미군 항공기 주둔이 일시적으로 허용됐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 항공기들은 걸프 지역 동맹국들의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의 잇따른 중동 사태 개입 선언은 최근 유럽의 문턱인 키프로스·튀르키예 등까지 전쟁의 불똥이 튀면서 위기감이 커진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일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 공군 아크로티리 기지로 드론 여러 대가 날아들어 항공기 격납고가 파손됐다. 이에 영국과 프랑스가 동지중해에 추가로 군함을 보내며 대응 태세를 끌어올렸다.

키프로스는 중동에서 가장 가까운 EU 국가로 중동의 군사 충돌이 유럽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방어선으로 여겨진다.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 이날 의회에서 "이탈리아는 스페인·프랑스·네덜란드와 함께 키프로스에 해군 전력을 파견할 것"이라며 "며칠 내 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도 이날 방공 임무를 맡을 프리깃함(호위함)을 키프로스에 보낼 예정이라며 프랑스의 항공 모함과 그리스 함정들과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키프로스 국방장관과 만나 방공 능력 강화안을 논의했다며 "이란의 위협에도 양국의 관계는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전날에는 이란 영토에서 발사돼 튀르키예 영공으로 향하던 탄도미사일이 동부 지중해에 배치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군에 격추됐다.

이 미사일이 미군이 주둔 중인 튀르키예 남부의 인지를르크 공군기지를 노렸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면서 이탈리아가 방공 경계 수준을 최고 단계로 격상하는 등 군사 긴장이 고조됐다. 이 기지는 미군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된 것으로 여겨지는 시설이다. 이란은 튀르키예로 미사일을 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의 전략이 미국의 동맹들에 더 큰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글로벌 시장을 어지럽혀 이번 분쟁을 '국제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유럽 주요국의 걸프국 지원에 이어 머지않아 집단 방위 의무를 규정한 나토 조약 5조까지 발동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앨리슨 하트 나토 대변인은 튀르키예 영공 미사일 격추 직후 "이란이 튀르키예를 겨냥한 것을 규탄한다"며 "나토는 모든 동맹과 굳건하게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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