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쿠르드족…독립국 희망에 또다시 총알받이로 나서나
"대이란 지상전 투입"…트럼프, 이란 정권교체 위한 접촉설
인구 3천만∼4천만 산악 민족…"산 외에 친구 없다" 외톨이
한국전쟁도 참전…전략가치 다하면 번번이 배신당해 버려져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미국 정부가 쿠르드족과 손잡고 이란을 겨냥한 지상 공격 작전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들의 움직임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르드족은 인구 3천만∼4천만명 규모로 추산되는 산악 민족으로, 독립 국가를 세우지 못한 채 이란·이라크·튀르키예·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은 각국에서 소수민족으로서 박해와 탄압을 견디며 국경 없이도 강한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중동 분쟁이 벌어질 때는 서방의 파트너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전략적 가치가 다하면 번번이 버려지는 비운의 역사를 반복하기도 했다.
시작은 1차 세계대전이었다. 1920년 서방 연합국은 세브르 조약을 통해 쿠르드 국가 건설을 약속했다가, 3년 뒤 로잔 조약에서 이를 뒤집었다.
이후 쿠르드족 거주지는 네 갈래로 분리됐으며, 쿠르드족의 독립 국가 건설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한국전쟁 때에도 쿠르드족은 미국, 영국, 캐나다 다음으로 많은 병사를 보낸 튀르키예(터키)의 국기를 달고 참전했다.
당시 튀르키예 참전용사의 과반이 전공을 세우면 독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긴 쿠르드족이었다는 추산도 전해진다.
쿠르드족은 각국의 전쟁에 휘말려 난민이 되거나, 전쟁범죄의 희생자가 되기도 했다.
특히 1987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이라크 정부군으로부터 화학 가스 공격을 받아 약 18만명(쿠르드족 자체 추산)이 학살당하는 참극을 겪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이라크에서 칼리프국(이슬람 초기 신정국) 수립을 선언하고 세력을 확장할 때도 쿠르드족이 동원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쿠르드족 민병대와 손잡고 IS를 격퇴하기 위한 최전선에 이들을 투입했다.
BBC에 따르면 당시 쿠르드족은 시리아민주군(SDF) 깃발 아래 여러 지역 아랍 민병대와 함께 싸웠고, 미국 주도 연합군의 지원을 받아 시리아 북동부 수만 ㎢에 달하는 영토에서 점차 IS를 몰아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9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미군의 시리아 북부 철수를 결정했다.
미국 정부가 사용 가치가 떨어져 방치함에 따라 쿠르드족은 튀르키예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 IS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었던 쿠르드족이 한순간에 사실상 버림받은 것이라고 당시 외신들은 지적했다.
가디언은 "산 외에는 친구가 없다"는 쿠르드 속담을 인용해 "미국 행정부들이 쿠르드족을 포용했다가 배척했던 쓰라린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도 미국이 쿠르드족에 다시 손을 내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상군 투입에 부담을 느낀 미국이 쿠르드 민병대를 '대리 지상군'으로 활용해 실질적인 타격 효과를 거두려 한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언론에서는 이라크에 거점을 둔 이란계 쿠르드 민병대들은 상황이 허락할 경우 이란 정부를 공격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폭스뉴스, 예루살렘포스트는 쿠르드족 민병대가 이미 이란 접경지에서 지상 공격작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쿠르드족 내부에서는 참전을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는 본격적 가세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으나 일부는 완전한 분리독립보다는 이란 체제 내에서 더 폭넓은 자치권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란 정부는 최근 쿠르드족이 미국과 협의해 군사작전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왔다.
이란군은 최근 이라크에 있는 KDPI 기지 등 쿠르드족 기지를 겨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이란 국영 매체 등이 전했다.
mskwak@yna.co.kr
"쿠르드 전사, 이란 땅 진격"…'대리 지상전' 노리는 미국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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