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이란 지상전 부담' 트럼프, 쿠르드족 손 빌려 대리전 노리나

입력 2026-03-05 11:14
수정 2026-03-05 11:42
'對이란 지상전 부담' 트럼프, 쿠르드족 손 빌려 대리전 노리나

일부 美언론, 쿠르드족 이란 지상전 '투입' 또는 '투입준비' 보도

美지상군 투입은 트럼프에 정치적 리스크 커…쿠르드족의 대행여부 주목

과거 쿠르드족이 美의 IS격퇴전 도왔으나 트럼프의 시리아 철군으로 '쓴맛'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충돌이 중장기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쿠르드족이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쿠르드족 민병대 소속 전투원 수천 명이 이라크에서 이란으로 건너가 지상 공격작전을 개시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라크-이란 국경 지대, 그중에서도 주로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 지역에서 수천 명의 병력을 운용하고 있는 이란계 쿠르드 무장단체들이 미국·이스라엘을 도와 이란 공격에 나섰다는 보도였다.

이에 대해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 총리실 부비서실장은 "국경을 넘은 이라크 쿠르드족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AP통신은 이란 정부에 반대하는,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집단들이 앞으로 이란으로 넘어가 군사작전을 벌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통화한 사실을 백악관이 4일 확인한 것이다.

다만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통화의 목적이 이라크 북부에 있는 미군 기지와 관련한 것이었다면서, 이란의 체제 전복을 위해 미국이 쿠르드족 무장세력을 지원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통화였다는 언론 보도는 부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접촉했으며, 이들 무장 세력에 무기 및 군사훈련 지원과 정보 지원을 할지와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서아시아의 이란계 민족인 쿠르드족은 4천만 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으며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에 산재해 있는 가운데, 독립국가 건설을 염원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쿠르드족에 무기를 지원해 그들을 이란으로 투입하려 한다면 그것은 결국 이란과의 전쟁이 공습만으로는 매듭짓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을 의미한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특히 지상군 투입은 이란의 정권교체 시도와 연결되는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공습을 통해 이란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잔당까지 제거해 친미 성향의 새 정권을 수립하는 일은 지상군 투입 없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차 미군의 공습이 끝나면 이란 국민들이 이란 정부를 점령하라고 촉구했지만 이란 시민 사회가 그만큼 조직화돼있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족의 힘을 빌린다면 그것은 상당한 미군 인명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미군의 지상전 수행을 쿠르드족이 대신하는 상황을 의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은 미 지상군의 대이란 파견을 테이블에서 내려놓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날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란에 지상군 투입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시점에서 이 작전 계획의 일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대외 군사개입을 자제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며 2016년과 2024년 2차례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와 그의 지지 세력은 이라크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같은 장기적 소모전으로 미군이 수천명씩 사망했던 과거를 혐오한다.

미군이 대이란 공습을 개시한 이후 현재까지 미군 6명이 사망한 상황에서 지상군 투입시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미군 희생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줄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트럼프 2기 '후반'의 국정 동력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이란 지상군 투입은 지지층의 분열 가능성이라는, 큰 정치적 리스크를 안기는 일일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쿠르드족의 힘을 빌리는 길을 택한다면 그것은 미군의 희생을 최소화해가며 이란의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시도로 평가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미국은 2010년대 이슬람 극단세력인 이슬람국가(IS) 소탕전 과정에서 쿠르드족의 힘을 크게 빌린 바 있다. 트럼프 1기때 시리아에 주둔하던 미군이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과 함께 IS 퇴치 작전을 벌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0월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동북부 지역에서의 미군 철수 방침을 발표함으로써 IS 격퇴를 도운 쿠르드족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결정으로 인해 시리아내 쿠르드족이 튀르키예의 군사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됐다는 지적이었다.

쿠르드족으로선 이런 아픈 역사가 있긴 하지만 숙원인 독립국가 건설을 위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지원이 필요할 수 있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을 요청할 경우 쉽게 뿌리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도 존재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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