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로 유조선 용선료 사흘 새 2배 올라…운임 상승 불가피
하루당 42.4만달러 기록…유조선·벌크선·컨선운임 동반상승 조짐
'중동 의존 70%' 원유 수급 차질…향후 수출기업에도 악영향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이 해역을 지나던 선박들이 대거 계류되거나 운항이 중단된 가운데 유조선 운임의 선행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용선료가 전쟁 이후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선료 상승은 불가피하게 운임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원유 70%가량을 중동에서 들여오는 우리나라는 물류는 물론 에너지 수급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여기에다 운임 상승이 유조선, 벌크선에 이어 컨테이너선까지 확대될 경우 국내 수출기업들의 고충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27만t 이상 초대형 유조선(VLCC)의 하루 용선료를 뜻하는 발틱원유유조선지수(BDTI)는 지난 2일 중동∼극동 노선 기준으로 42만3천73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21만8천154달러 대비 94.2% 오른 금액이다. 한 달 전 12만8천799달러와 비교하면 228.9% 폭등했다.
유조선 용선료는 해당 노선을 오가는 선박을 하루 빌리는 비용으로 향후 운임으로 연결되는 선행지표다.
이란 전쟁으로 현지 위험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고, 그 결과 보험료가 폭등하면서 용선료도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를 실어 나르는 유조선이 반드시 거쳐야 할 해역이다.
이에 반해 철광석, 석탄, 곡물 등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운임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9일 2천187포인트를 기록하며 지난달 27일 2천140포인트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유조선과 더불어 벌크선이 주로 다니는 해역이다.
이 밖에도 컨테이너선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번 주 6일 발표될 예정이다.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SCFI는 지난달 27일 전주 대비 81.65포인트 상승한 1,333.11을 기록한 바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유조선에 더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운임도 크게 상승할 것이라 내다봤다.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물류 혼란으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운임은 각각 4배, 7배까지 급등한 전력이 있다. 2024년 홍해 사태 당시도 해상운임은 평균 2배 상승했다.
먼저 유조선 운임 상승은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원유 70.7%, 액화천연가스(LNG) 20.4%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에너지 수급 불안이 불가피하다. 여기에다 유조선 운임까지 오르면 정유나 석유화학업체의 수익성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유조선 운임 상승세가 벌크선과 컨테이너선까지 확대될 경우 국내 수출기업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운임 상승은 수출기업 입장에서 비용 증가라는 '폭탄'이다.
특히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선복(선박 적재 공간) 이용 시 장기계약이 아닌 스폿(단발성) 계약을 맺기 때문에 운임 상승에 따라 받는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당시 중소 수출 기업들이 높은 운임에 배를 찾지 못해 정부가 직접 지원에 나선 사례가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운임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유조선에 더해 컨테이너선 운임까지 상승할 경우 국내 수출업계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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