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이틀 연속 급락에 확산하는 공포…개미들 매수세 약화

입력 2026-03-04 12:27
수정 2026-03-04 13:35
코스피 이틀 연속 급락에 확산하는 공포…개미들 매수세 약화

공포지수, 팬데믹 이후 연일 최고치 경신…개미들 "우량주 처분 예정" vs "추가 매수할 것"

전문가 "조정시 매수 전략 작동할듯"…"PER보다 환율·외국인·변동성 주시해야"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투자처가 아니라 도박장에서 오르내리는 것 같다."

은평구에 사는 20대 직장인 A씨가 코스피의 최근 가파른 변동성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4일 연합뉴스에 "코스피 상승이 거품 같다는 직감이 든다"며 "스트레스받기 싫어 3년 전쯤부터 사둔 삼성전자[005930]를 모두 처분할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이란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며 이날 코스피가 이틀째 급락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급격히 약해졌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5조1천731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지만, 개인이 5조8천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이날 현재 오전 10시 52분 기준 개인은 4천841억원으로 매수 규모가 크게 줄었다. 개인은 장 초반인 오전 9시 10분께에 8천639억원 순매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정보 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장보다 5.96포인트(9.46%) 오른 68.94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3월 19일(장중 71.75) 이후 약 6년 만에 최고치다.

이날 개장 직후에는 코스피200선물 급락에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발동되기도 했다.

이후 코스닥 시장과 코스피의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차례로 발동되며 두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거래가 일시 중단됐으며, 주식 관련 선물·옵션 시장의 거래도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서도 연초 이후 코스피 급등세에 '포모'(FOMO·소외 공포)를 호소해오다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는 개인들도 적지 않다.

마포구에 사는 20대 직장인 B씨는 "언젠가는 오른다는 마음으로 추가 매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상황이 다시 괜찮아질 것 같아 주가 하락이 장기전으로 퍼질 것 같진 않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대기업 위주로 매수를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장 대비 7.23% 내린 18만1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20만원선을 5거래일 만에 내준 데 이어 이날 5.59% 하락 출발한 뒤 낙폭을 키우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도 이날 5.54% 내린 88만7천원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C씨도 "국내 증시가 대외 조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지만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업 실적 등을 보면 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주가가) 조금 더 내리면 더 살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외국인 매도세를 적극적으로 방어해왔다.

특히 지난달 27일 외국인이 코스피를 7조1천37억원 순매도하며 역대 최대 순매도액을 기록했지만, 코스피 낙폭이 1%에 그쳤던 것도 개인 투자자 중심의 저가 매수세 때문이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시 "예상치 못한 엔비디아 급락이 단기 심리적 충격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코스피는 개인의 저가 매수세와 함께 낙폭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연초부터 이날까지 개인이 9조1천11억원 순매수하는 동안 외국인은 26조2천194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12조685억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추가 매수하고 싶어도 자금이 부족하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하소연도 잇따르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물타기(주가 하락시 추가 매수) 할 돈이 없다", "삼성전자 추가 매수하니 돈이 없다"는 등의 글이 게시됐다.

허재환 유진증권 연구원은 "시장참여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이미 자산 내 주식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이 문제라고 한다"며 "이 때문에 주가가 많이 올랐던 업종부터 먼저 매도하는 무차별한 하락세가 전날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이 일부 해소됐다며 현시점을 투자 기회로 삼을 것을 조언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면 안 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3개월간 지수가 조정받았을 때 개인이 매수해서 성공했던 전력들이 있는 만큼, '조정시 매수'(Buy the dip)가 작동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가격결정력은 (바닥 수준인)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 당기순이익)보다 환율·외국인·변동성에 더 크게 좌우된다"면서 "환율 고착과 선물매도 재확대가 동반되고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면 밸류에이션이 하단 구간에 접근해도 하방 테스트가 한 번 더 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will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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