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트럼프의 이란 전쟁 '일거양득' 노렸다지만
핵 위협 응징·중동 안보지형 재편 중간선거 승리 포석
'장대한 승리' 될지 '장구한 공포' 될지 시험대 올라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전쟁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명분으로 이란의 핵 위협에 대한 응징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국내외 정세를 단숨에 뒤집으려는 치밀한 '일거양득'의 계산이 깔려 있다. '중동 문제 해결'로 11월 중간 선거의 승기를 잡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스라엘 합동으로 지난달 28일과 다음날 이틀에 걸쳐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지도부 단지를 비롯한 주요 군사기지에 대한 기습 공격으로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지도부를 제거하고, 10척의 이란 함정 및 해군본부를 완전히 파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대한 분노'로 명명한 이번 작전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란의 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응징이라는 1차 목적을 달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핵무기를 만들려 했고, 우리는 그것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침묵의 암살자' 스텔스 B-2 스피릿 폭격기를 투입해 이란 남부 전선의 지하 탄도 미사일 저장 시설을 타격했다고 한다. 초대형 정밀 관통탄인 벙커버스터까지 동원됐다.
미국은 지난해 6월에도 이란 핵시설 3곳을 전격 공습하는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폈다. 그런데도 이란은 핵 개발 의지를 꺾지 않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핵시설 지하화 등으로 대비했기 때문에 미국의 공격이 완벽한 파괴로 이어졌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또한 중앙정보국(CIA)의 첩보를 바탕으로 대통령실과 최고지도자 집무실 등이 모여 있는 이란 권력의 심장부에서 하메네이가 참석하는 최고지도부 회의를 결정적 표적으로 삼았다. 압도적 군사력으로 기습 공격을 단행해 이란에 최고지도부 공백사태를 안겼다.
이란은 최고지도자가 선출된 대통령에 대한 해임권을 갖는 신정(神政) 체제다. 최고지도자 사망에 따라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사법부 수장, 헌법수호위원회의 이슬람법 전문가 1명 등 3명이 지도자위원회를 구성해 최고지도자의 권한을 대행하며 새 최고지도자를 선출할 전망이다.
하지만 임시 지도체제보다 하메네이의 오른팔로 불렸던 모흐베르 전 부통령과, 군사·안보 총괄하는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전시 상황에서 실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새 최고지도자를 미국에 협조적 인물로 바꾸는 것을 원하겠지만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을 단기에 끝내고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중동의 안보지형 재편을 이뤄냄으로써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 선거에서 재신임을 얻는데 기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는 "큰 나라인 만큼 4주 정도, 아니면 그보다 짧게 걸릴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공격이 길면 '4주'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에서 시아파의 맹주이자 군사력 측면에서도 강자인 이란과의 전쟁을 가능한 조기에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들도 절반 이상이 이란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 것도 변수다. 과거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막대한 병력 손실과 비용이 들어갔던 것을 '고통스런 기억'으로 갖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고 미국인 추가 희생자가 나오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
이번 이란과의 전쟁으로 중국의 원유 수입 주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예상되면서 중국의 원유 수급 체제가 흔들리게 된 점은 미국이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도에서 견제 효과를 낼 수 있다. 중국 원유 수입량의 약 3분의 1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장기전으로 가면 중국은 더 심각해진다.
전쟁에는 명분과 실리가 혼재한다. 미국이 이번 작전에 붙인 '장대한 분노'는 자칫 이란과 반미 세력에게 새로운 분노의 씨앗을 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쟁의 노림수가 무엇이든, 그 대가는 무고한 시민들의 삶과 불안정한 세계 경제가 치러야 한다. 이란 초등학교의 대규모 인명피해는 시작일 뿐일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도박이 '장대한 승리'가 될지, 아니면 전 세계를 '장구한 공포'로 몰아넣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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